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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행한 키워드들이다. 이와 관련된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데, 수익률을 추적해봤더니 영 시원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테마형 ETF’들은 상장 직후 수익률이 미끄러지기 시작해 상장 1년쯤 되면 평균 -5.7%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제일 수익률이 좋은 것도 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테마형 ETF 투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래픽=송윤혜

◇우후죽순 테마ETF, 대세라는데

자본시장연구원 김민기 연구위원이 국내 상장 이후 250거래일(약 1년) 이상 수익률 자료가 있는 국내 주식형 ETF 266개를 유형 4개로 분류해 각각 누적초과수익률을 구해봤다. 누적초과수익률이란 같은 시점에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벤치마크 가중평균 수익률 대비 얼마나 더 성과를 냈느냐를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업종·섹터 ETF의 수익률이 평균 0.6%, 스타일형 ETF 수익률이 평균 0.0%,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수익률이 평균 -0.6%였는데, 테마형 ETF는 평균 -5.7%로 가장 낮았다.

업종·섹터란 소재, 산업재, 의료, IT 등 산업군별로 묶은 것, 스타일은 고배당이냐, 대형주냐, 성장주냐 등 특성이 비슷한 주식으로 묶은 것을 말한다. 시장 대표지수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MSCI코리아 등 거래소 지수를 추종하는 것들이다. 다른 유형들은 비슷한 시기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익률을 보였는데, 유독 테마형만 지수보다도 나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테마형의 경우, 수익률 상위 25%의 평균 성적이 0.4%에 그쳤고, 하위 25%는 -18.3%로 다른 유형별 ETF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처졌다.

당대 유행하는 종목을 골라 묶은 테마형 ETF는 요즘 새로 나오는 ETF 중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새로 출시된 ETF 중 테마형 비중이 77%(41개)로 대세가 됐다. 코로나 이전에는 우리나라 시장에 상장된 전체 ETF 중 이들 테마형의 비중이 전체 ETF 운용 자산의 2%밖에 안 됐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뭔가 색다른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운용사 간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테마형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 바람에 매수하면 이미 늦어

테마형 ETF 수익률이 유독 낮은 것은 해당 인기 종목을 모아 상장할 때가 되면 이미 주가가 오를 대로 올라 고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테마 종목을 추려서 상품화하면 이미 테마 종목들은 주가가 꺾이기 시작하는 때라는 것이다.

실제로 테마형ETF 상장 이전 250거래일(약 1년)부터 상장 시점까지 해당 ETF에 편입된 종목들의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누적초과수익률이 평균 16.2%로 같은 기간 주가지수 수익률을 압도했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상정 전 해당 종목들의 월별 거래량과 검색 빈도 등을 봐도 상장 1년 전에 이미 큰 폭으로 늘어나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상장하면 늦었다’는 게 결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가 을 테마로 한 ETF를 새로 상장하려면 금감원과 거래소 등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시장에 소문이 돌고, 발 빠른 사람들은 해당 종목들을 미리 사들인다”면서 “상장해서 일반의 매수가 시작되면 미리 산 사람들이 팔고 떠나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테마형의 숙명이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테마형 ETF의 운용 실적이 짧아 앞으로 장기수익률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대 유행하는 테마는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는 이런 위험성을 알고 주의 깊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