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 ‘알박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3년 임기의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2020년 9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20년”이란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 건배사는 이 전 대표의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 회장은 공식 사과했다.

학자 출신인 이 회장은 20년 전 정부 입김이 반영된 듯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동료 학자들에게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공적자금 회수규모 추정 및 금융부문 상환대책’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손실분 69조원 중 20조원을 금융권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주주들이 바뀌었는데 과거 부실과 상관없는 새로운 주주들에게 5년 전 손실을 책임지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이창용 서울대 교수(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는 “금융권 부담이라는 건 결국 금융기관 주주의 부담인데, 잘 아시다시피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이전의 주식들은 공적자금 투입 당시 다 소각됐다”며 “지금 금융사 주주는 (IMF) 금융위기 시 은행권이 불안한 상황에서 돈을 투자한 사람들인데 이제 금융권이 정상화됐으니 그들한테 부담하라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 권영준 경희대 교수 역시 “숫자를 인위적으로 책정한 다음 그걸 짜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한 것 같다”며 “평소 존경하는 이동걸 박사가 그렇게 한 것 같진 않고, 아무래도 정부 측 어디에선가 인위적인 책정이 관여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대기업 구조 조정을 담당하는 국책은행 회장으로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은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했지만 결국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10년간 5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자동차 매각도 산은 손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독과점을 우려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국익을 위해 작은 것에 집착하면서 소를 죽여 버리는 교각살우를 범하지 말라”고 압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