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권의 대졸 취업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금융권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신입 채용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업계에서는 업무 교육 등이 필요한 신입 직원보다는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에는 금융권 취업자 가운데 40·50대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 20·30대보다 많아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처음으로 신입보다 경력 채용이 많아져
31일 금융연구원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신입 채용자는 8076명, 경력 채용자는 1만1339명을 기록했다. 경력 채용자가 처음으로 신입 채용자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신입 채용자는 2019년 1만3647명을 기록한 뒤 2020년 9200명, 2021년 8076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경력 채용자는 같은 기간 9927명(2019년), 9171명(2020년), 1만1339명(2021년)으로 상승 추세다.
지난해 금융권 종사자 수는 2016년(28만2132명)과 비교해 1만명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신입 채용자 수는 1만4392명(2016년)에서 8076명(2021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8년 약 3000명에 달했던 5대 은행 신입 공채는 지난해 1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사태 등의 영향이 컸지만, 전반적으로 신입 사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채용의 트렌드는 신입 공채를 되도록 뽑지 않고 바로 투입할 수 있는 IT 경력직 채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신입 공채를 계속 줄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연쇄적인 은행권 채용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계에선 신입 공채엔 되도록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4050 직원수가 2030세대 첫 추월
신입 채용이 줄다 보니 지난해에는 40·50대 금융인 숫자가 처음으로 20·30대를 앞질렀다.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7개 금융업권(은행, 보험, 증권·선물, 자산운용·신탁, 저축은행, 카드·캐피털, 신협) 종사자는 27만2107명이었다. 이 중 40대(31.9%)와 50대(18.9%)가 50.8%로 1년 전(43.7%)보다 7.1%포인트 늘어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20대(13.9%)와 30대(35.3%)는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인력 구조가 갈수록 ‘가분수’로 변해가고 있다.
◇10명 중 1명은 연봉 1.5억 이상
4050 직원 비율이 2030보다 많아진 가장 큰 원인은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근속 기간이 늘어나면 자동으로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꼽힌다. 고참 직원들의 인건비가 늘어나니까 신입 직원을 뽑을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작년 6월 기준 국내 금융사 중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68.6%다. 국내 전체 업종 평균(14.4%)의 5배 수준이다.
전체 금융권의 10년 초과 장기 근속자 비율은 지난해 48.6%로 2017년(40.9%)과 비교해 7.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5년 이하 단기 근속자와 6~10년 근속자 비율은 같은 기간 각각 4.1%포인트, 3.6%포인트 떨어졌다.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1억5000만원 이상 연봉을 받는 초고액 연봉자 비율도 급증했다. 2017년 전체 금융인 중 3.5%에 불과했던 초고액 연봉자 비율은 지난해 10.3%로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매년 추가로 필요한 금융 인력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새롭게 필요한 금융 인력은 2108명이지만 내년에는 1690명, 2024년에는 1588명, 2025년에는 1583명, 2026년은 1579명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점점 2030세대를 공격적으로 뽑기가 부담스러워지는 셈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금융 인력 수요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 디지털화 진전, 금융업의 고용 탄력성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