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3배 이상으로 불어난 전세자금대출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0일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84조원으로, 2016년(52조원)의 3.5배가 됐다.
전세자금대출은 2017년 66조6000억원, 2018년 92조5000억원, 2019년 120조8000억원, 2020년 154조5000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왔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가구 비율도 2012년 5.6%에서 2021년 12.2%로 크게 늘었다.
강민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전세자금대출은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줘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매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차입투자)로 활용하려는 투자 수요와 맞물려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등 지원을 확대하되, 과도한 전세자금대출에 따른 유동성 확대 등의 부작용은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날리지 않도록 가입하는 보증료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증금을 보장하는 상품은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보증’과 세입자가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두 종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에서 가입 가능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임대보증금보증의 보증료는 집주인(75%)과 세입자(25%)가 각각 부담하지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료는 세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임대가구(전세 또는 보증금 있는 월세)는 76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7%를 차지했다.
강 팀장은 “세입자가 보험계약자로 직접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할 뿐 아니라 보증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주택시장에서 세입자는 채권자의 지위인데도 약자인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화된 임대보증금 관련 보증을 일원화하고 보증료 부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