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국내 주요기업 사옥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5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예상,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11일까지 국고채 2년물 금리가 1%포인트에 육박하는 0.972%포인트 치솟았고, 덩달아 같은 기간 회사채(3년 만기 AA- 등급) 금리도 0.911%포인트 오르면서 기업 자금 조달 시장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우량 기업들은 일찌감치 저금리에 자금 조달을 해뒀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급전을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코로나 팬데믹 후 2년여간 수면 아래 잠겨 있던 한계기업 부실화 문제가 ‘금리 발작’을 맞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날 기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빚이 적고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탄탄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채 금리 기록적 급등… “앞으로 더 오른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회사채 금리도 가파르게 뛰는 중이다. 통상 ‘무위험 채권’인 국고채 금리가 뛰면 각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 상승폭에 기업별 위험도를 반영한 만큼 얹어 더 뛰어오른다. 경기가 나빠 기업 영업 전망이 악화되면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인 신용 스프레드가 커지면서 기업 자금 조달이 더욱 불리해진다. 지금이 딱 그런 때다.

올 들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회사채 시장도 바짝 얼어붙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치를 보면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회사채 거래 대금은 57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수준으로 위축됐다. 회사채 발행 시장의 기준이 되는 무보증 3년물 AA-등급 금리는 연초 연 2.460%에서 이달 11일 연 3.813%가 됐고, 같은 기간 BBB-등급 금리는 연 8.316%에서 연 9.638%로 뛰었다. 금리가 뛴 만큼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2월 대비 1조원 가까이 줄어든 7조9170억원이었다. A등급인 엔에스쇼핑(NS홈쇼핑)은 최근 3년물 9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200억원 확보에 그쳐 7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전문위원은 “3년물 국채 금리가 3%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크레딧물(회사채)을 살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량 기업들은 유보 이익도 많고 미리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놨겠지만, 한계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 적고 이자보상배율 높은 기업 골라야”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때일수록 부채 부담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부채비율이 낮고,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기업을 찾으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단 코스피 상장사 중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5배를 밑도는 기업은 투자 대상 리스트에서 지우라고 조언한다.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은 전체의 14.1%, 이자보상배율 1.5배 이하 기업은 9.7% 수준이다.

반대로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면서 부채비율이 낮고 이자보상배율은 높은 기업, 여기에 올해 영업이익이 가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추렸더니 롯데정밀화학, 고려아연, 대덕전자, 한일시멘트, 삼양식품 등(이상 부채비율 낮은 순)이 꼽혔다. 같은 기준에서 삼성전자나 HMM, DL(대림) 등도 순위에 들었다.

김대준 한투증권 연구원은 “이 기업들은 보유 채권의 잔존 만기 측면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매우 낮고, 동시에 영업 측면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지금처럼 비용 증가 압박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