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이후 4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준 금리가 총 1%포인트 높아지면서 주택 구입이나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돈을 빌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원이고, 카드 사용액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756조원이다. 변동금리가 76%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작년 8월부터 4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늘어난 이자만 13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출 금리에는 기준금리 외에도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까지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은 이보다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021년 8월 3.41%에서 올해 2월 4.69%로 1.28%포인트 올라 기준금리 인상 폭(1%포인트)보다 더 많이 올랐다.
앞으로도 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는 2.33%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도 2.8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2.86%까지 인상할 경우 가계대출 금리가 1.9%포인트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40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전체의 57.4%)의 경우 가구당 이자부담은 연간 345만원 늘어난다.
한은은 새 정부가 대출 문턱을 낮추고,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새 정부가 예고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물가나 금융에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4일 LTV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에 “LTV 조정이 생애 첫 주택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 보완책으로서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출 문턱을 낮추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약속대로 출범 100일 이내에 50조원 규모 추경을 집행할 경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려고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