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지고 있는 빚이 연소득의 3배에 육박하는 데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30대라는 뜻이다.
19일 한국은행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0대의 LTI(소득 대비 대출비율)는 280%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연간 5000만원을 번다면 빚이 1억4000만원이라는 것이다. 모든 연령대 평균(238.4%)과 비교하면 41.6%포인트 높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30대의 빚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19년에는 60대의 LTI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지만, 2020년부터 30대(262.2%)가 60대(248.3%)를 추월했다. 지난해에는 60대와의 격차가 29.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30대가 ‘영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을 주도하며 부동산·주식·가상 화폐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DSR) 역시 30대가 41.5%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40%를 넘었다.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 2000만원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썼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더 이상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최근 2년간 DSR 증가 폭도 30대가 2.8%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어 40대가 1.8%포인트였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DSR이 줄었다. 30대의 빚을 갚을 능력이 가장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한편 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DSR이 40%를 넘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38만1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7년(32만4000가구)보다 5만7000가구 늘어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높은 가계 부채와 주택 가격 수준으로 금융 불균형이 커졌기 때문에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원칙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금리 (인상) 등을 통해 (가계 부채) 증가세를 계속 완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현재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