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음을 알리는 TV뉴스 화면 옆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오래 예고됐던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다. 나스닥 지수는 3.19% 상승 마감했다./로이터·연합

“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

4일(현지 시각) 종일 숨죽인 채 ‘파월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그의 이 한 마디에 일제히 환호하며 ‘사자’ 주문을 눌렀다.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 증시에 찬물을 확 끼얹을까 걱정거리로 대두됐던 ‘자이언트 스텝’이 테이블 위에서 치워진 데 대한 안도 랠리였다. 이날 다우지수는 2.81%, S&P500 지수는 2.99%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3.19% 상승 마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장에 풀린 돈 약 4조8000억달러(약 6000조원)는 그간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가로 밀어올렸다. 모두가 불안해하며 언제 이 랠리가 끝날지 조마조마했었다. 작년 말 커지기 시작한 연준의 금리인상 신호음, 올 들어 확실해진 ‘빅스텝’ 움직임에 나스닥 지수는 20% 이상 꺾이며 벌벌 떨었다. 4월 들어선 ‘빅스텝은커녕 자이언트 스텝이 필요할 정도로 물가 상승세가 심각하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줄을 이으면서 시장은 이 가능성까지 먼저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날 자이언트 스텝이 시나리오에서 사라지면서, 억눌려왔던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는 되살아났다.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급격히 방향을 바꿨고, 미국 국채 수익률도 추가 상승세가 멈췄다.

이날의 반등이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죽은 고양이가 뛰어오른다.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 반등 현상)’일지, 그간의 하락세를 만회할 반등의 서막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신중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 없다”에 일단 환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미국 경기 침체를 암시하는 경제적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며, 최근 몇 달간의 고용 증가세도 탄탄하다(robust)고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 나와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주택 착공과 산업생산, 차량판매 등 여러 지표를 볼 때 침체의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낙관론자들은 많은 미국 기업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는 점, 노동 수요(구인 건수)가 공급(취업자 수)을 500만건 가까이 웃돌 만큼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최근 발간한 투자자 노트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공포와 부정적인 견해가 과도하다”며 “반등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 심리가 극단적인 약세에 도달했으며,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한 1분기 실적과 결합된다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4300포인트인 S&P500 지수가 연말에는 10% 이상 오른 4900까지도 갈 것으로 예상했다.

◇침체 유발하지 않는 금리 인상, 가능할까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동전의 반대면을 유심히 보고 있다.

3일 나온 ADP 전미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4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24만7000명 늘었다. 이는 전월 증가 폭(47만9000 명)보다 줄어든 것으로, WSJ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9만명 증가)도 밑돌았다.

3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전월보다 200억달러(22.3%) 급증한 1098억달러로 한 달 만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급관리협회(ISM)의 4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치나 전문가 예상치(58.3)를 밑도는 57.1로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발 원자재 값 상승, 중국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도 강하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아주 많이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가 안 잡힐 텐데 이렇게 되면 경기가 냉각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금리 인상, 파월이 말하는 ‘연착륙’은 신기루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전략가는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면서 S&P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3800까지 하락하고, 3460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