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자산운용사들에게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응할 만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추천받은 결과, 고배당·인프라·금·탄소배출권 등에 투자하는 ETF가 많았다./일러스트=김영석

미국 물가상승률 8%대, 한국 물가상승률 4%대. 각국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 여파로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주요 자산운용사에 인플레 소나기를 피하려면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은지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추천받아봤다.

각 운용사는 고배당주·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금·탄소배출권 ETF 등을 꼽았다. 원유나 금 등 기존 원자재와 달리 보관 비용이나 롤오버(만기가 다가온 보유 선물을 팔고 다음번 선물로 갈아타는 것) 비용이 없는 탄소배출권도 이런 때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인플레 파도에 올라타거나, 적극적으로 맞서거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신조로 인플레 파도에 직접 올라타려는 적극적인 투자자들을 위해 KB자산운용은 원유·가스에 투자하는 ETF를 추천했다.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 ETF는 원유·가스 탐사 및 생산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는데,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가는 데다 다른 나라들이 단시일 내에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려워 당분간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KB자산운용은 전망했다.

이 회사는 국고채 3년물 가격 움직임과 반대로 수익률이 나도록 설계된 ‘KBSTAR국고채3년선물인버스’도 추천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F를 사라는 것이다. KB자산운용은 “단기 금리일수록 기준금리 결정 등 정책 이슈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단기물 움직임을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 유리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인플레 파도에서 안전하게 대피하는 헤지(hedge·위험 회피)형 상품 추천도 다수였다. 삼성자산운용은 금 선물 ETF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 현물 ETF를 추천했다. 인플레이션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과도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전통의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탄소 배출권의 경우 주식·채권 등 금융 자산과 달리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 자산으로 요즘 각광받고 있다. 금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보관 비용 등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이 ‘HANARO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를, 신한자산운용이 유럽과 북미 지역 탄소 배출권에 분산투자하는 ‘SOL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를 각각 추천했다.

◇나는 안전한 게 좋아… 고배당 우산 속으로

주가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배당을 챙기는 데 주력하라는 추천도 많았다. 6곳의 주요 운용사 중 5곳이 국내외 고배당주 ETF를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상품으로 ‘KODEX고배당’ ETF를 추천했다. 코스피 지수 중 배당수익률은 높고 변동성은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삼성자산운용은 “인플레이션·금리 인상기에는 배당수익률이 주식 매매에 따른 수익률을 앞설 수 있다”며 “최근 국내외에서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기업들이 주주 환원 정책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 배당 성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자산운용도 ‘ARIRANG고배당주’ ETF를 꼽았다.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대형주 30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금리 상승기 예대 마진이 커지는 금융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가 상승과 배당 수익 모두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자산운용은 중소형주 중에서 고배당주를 추려서 투자하는 ‘KBSTAR중소형고배당’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7일 상장을 앞둔 ‘TIGER미국S&P500배당귀족’ ETF를 추천했다. 미래에셋 상품의 경우 S&P500 종목 중 최소 25년 이상 배당금이 증가한 일명 ‘배당귀족주’만 추려 투자하는 ETF로, 대체로 시장점유율이 높아 인플레 시기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종목들이라는 강점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KINDEX미국고배당S&P’ ETF를 추천했다.

◇리츠·인프라도 대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리츠와 부동산·인프라펀드에 100% 투자하는 ETF인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와 부동산 임대수익 비중이 높은 미국 상업용 리츠에 투자하는 ‘TIGER미국MSCI리츠’를, 삼성자산운용은 ‘KODEX다우존스미국리츠’ ETF를 각각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물류창고·쇼핑몰·인프라 등이 전망이 밝다”면서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리츠를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