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가가 12일(현지 시각) 2.69% 하락한 142.56달러에 마감하면서 지난 1년 새 최고 가격과 비교하면 20% 이상 추락해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지난 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14% 넘게 빠지면서 시가총액이 4016억달러(516조원)나 증발했다. 애플은 이날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에 내줬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대장주 애플마저 추락하면서 결국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테크기업 주가가 약세 국면에 들어섰다. 페이스북(메타) 주가는 작년 말 고점 대비 50% 하락한 상태고, 아마존 -42.1%, 구글(알파벳) -24.7%, 넷플릭스 -74.8% 등이다. FAANG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42.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금이 많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수한 애플마저 약세 국면에 진입한 것은 뉴욕 증시 전반의 부정적 신호라고 분석하고 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제프 드그래프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안전지대’로 통하던 애플마저 약세로 접어들었다며 “이제 더는 숨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테크주의 급락과 더불어 나스닥 지수는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고점 대비 29.2% 추락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S&P500 지수는 18.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역대 14번의 약세장에서 S&P500 지수의 평균 하락률은 42%였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이날 “아직 바닥은 아니며, 바닥의 시작에 있다”면서 주가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