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7724>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22.5.23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2022-05-23 15:34:21/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근 가격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루나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들이 루나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상장폐지 과정 역시 제각각이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었다면 상장폐지는 회사의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수 개월이 걸리는 절차인데,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비롯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루나를 퇴출시키기까지 걸린 기간은 일주일정도에 불과했습니다.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12일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유의종목은 코인이 급격하게 시세가 변동할 때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절차입니다. 이 거래소는 루나를 유의종목을 지정한 다음날인 12일 거래종료를 공지했습니다. 상장폐지시키겠다는 것이죠. 이후 일주일 뒤인 20일에 루나를 상장폐지 시켰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긴건지 알아보기도 전에 상장 폐지 통보를 받은 셈입니다.

다른 거래소들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고팍스는 10일 루나 코인과 관련한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고, 13일에 거래종료를 안내했습니다. 고팍스는 3일뒤인 16일에 루나를 상장폐지했습니다. 빗썸은 13일에 루나 상장폐지를 공지했고, 27일에 거래지원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가상화폐는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큽니다. 충분히 시간을 주게 되면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급속도로 진행시키는 상장 폐지가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일단 상장이 됐으면 거래소가 코인을 사도 된다고 인증을 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상장폐지를 하면 투자자들은 팔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거래소들이 아무런 절차 없이 코인을 상장폐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거래소마다 제각각인데다,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죠. 국내 거래소 중 코인원과 코빗은 아직 루나 상장폐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비트는 상장폐지 사유를 열거해 놓은 뒤 거래 종료 10일 이전에 공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공지 없이 종료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루나 상폐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명분으로 상장폐지 기간이 대폭 축소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를 상장하고 폐지하는 과정에서 거래소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23일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발표를 맡은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는 “취약점이 있는 가상화폐가 많은 거래소에서 대량으로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제대로 된 평가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상장과 상장폐지, 공시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