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의 공통점은? 코로나 팬데믹 시작과 함께 주가가 폭등했다가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급락한 ‘꿈을 좇는’ 기업들이다. 혁신 기업의 미래에 아낌없이 돈을 댔던 투자자들이 금리 급등기를 맞아 돈의 현재 가치를 따지고 들면서, 이들 꿈 기업 주가는 고점 대비 평균 35% 떨어진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제 지금 당장 돈 버는 기업,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기업에 눈을 돌리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을 이끄는 대표 두 업종, ‘전(전자)·차(자동차) 군단’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차 부대 리더이자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대적인 국내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혁신’의 시대 가고, ‘현실’의 시대로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4%, 현대차는 4.0% 수준이다. 이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은 삼성전자가 22.0%, 현대차는 2.2%에 그친다. 전체 시총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익 비중에 비해 시총 비중이 절반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주가 상승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내년도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약 1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 순이익 증가액이 3조원, 자동차 업종이 2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전체 순이익 증가분의 약 50%를 전·차 업종이 차지하는 셈이다. 화학과 조선, IT 가전 업종도 1조원 넘는 이익 개선이 예상됐다. 반면 에너지와 운송 업종은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자와 자동차 두 업종 모두 그간 글로벌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아왔다”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부터 이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하면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원, 현대차그룹의 주요 6개 계열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은 61조원으로 전·차 기업 합계 현금만 187조원에 달한다. 24일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총 45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고, 같은 날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차, 배터리 등에 총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축했던 현금을 마중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격이나 실적 측면에서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 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가장 먼저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電車 군단, 현금만 187조 보유
주가 ’꿈’ 비율(PDR·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가치로 평가받았던 기술주가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아마존에 대해 ‘매수’ 의견을, UBS도 애플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기술주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을 감내할 만한 시장 장악력과 현금을 가진 기업이라면 무조건 매도당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당분간 이익 창출력 높은 기업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주식전략가는 23일(현지 시각) 투자자 리포트를 통해 “많은 투자자들은 테크 기업들이 예상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 투자도 결국 해당 기업의 현금 상황과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