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명품 한우를 키우는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그리스도농장 김우종(63) 대표가 본인이 키우는 한우 앞에서 소들에 대한 정보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김 대표는 한우 700마리를 키우며 올해 1월 핀테크업체 뱅카우에 연락해 투자 의뢰,기존 한우 유통구조 대신 핀테크를 통한 새로운 유통구조를 시도했다. /김동환 기자

“이 송아지는 주인이 23명입니다.”

경북 상주에서 소 700여 마리를 키우는 김우종(63)씨는 축사 한편에 있는 송아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송아지는 제가 키우지만, 투자자 여러 명으로부터 소액으로 ‘조각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팔고 나면 투자자들과 수익을 나누는 거죠.”

김씨 농장에 있는 송아지 100여 마리 가운데 26마리가 지난 4월부터 조각 투자 앱 ‘뱅카우’를 통해 349명에게 투자받아 마련한 것이다. 최소 투자 금액은 4000원이고 한도는 없다. 이렇게 해서 송아지 한 마리당 419만~448만원씩 총 1억1184만원을 받았다. 김씨 농장은 ‘명품 한우’로 유명하다. 지난해 김씨가 출하한 한우 101두 중 최고 등급(1++)이 62두(61%)에 달했다. 전국 평균인 32.3%의 두 배쯤 된다.

다 키운 소가 돼 팔리면 수익금을 배분한다. 송아지(423만원)와 소(960만원) 시세와 사육비(400만원)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2년 6개월 뒤 원금과 함께 투자금의 약 16%를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한 소가 최고 등급을 받으면 수익률은 좀 더 높아지게 된다. 한우 경매 가격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뱅카우 회원 수는 출시 1년 만에 2만5000명을 넘었다. 김씨 농장을 포함해 11개 농가에 600여 마리를 조각 투자하고 있는데, 누적 펀딩 금액이 40억원이다. 빌딩 조각 투자처럼 수시로 매매할 수는 없다. 한번 투자를 하면 송아지가 30개월 뒤 경매로 팔릴 때까지 투자금이 묶인다는 것은 단점이다.

소값이 떨어지면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지만, 투자한 송아지가 질병 등으로 죽으면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전받는다. 구제역과 같은 1급 가축전염병은 국가에서 농장주에게 100% 보상을 해주고, 단순 부상이나 질병으로 폐사하더라도 가축재해보험(80%)과 농가(20%)에서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축산 농장에서도 뱅카우 투자를 받으려는 곳이 늘고 있다. 일반적인 소 농가의 경우 400만원 정도 하는 송아지를 사서 30개월간 키운 뒤 경매장에 내놓으면 등급에 따라 600만~1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키우는 동안 사육비로만 평균 400만원 정도가 추가로 들어가는데 경매장에서 소가 팔리기 전까지는 대출을 통해 부족한 돈을 채워야 했다. 김씨는 “축산 농가들은 주로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신용 등급을 높일 수 있는 은행 거래 실적이 별로 쌓이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신용 등급 점수가 낮아 연 10%가 넘는 제2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김씨는 뱅카우 투자를 받은 뒤 이자 대신 연 0.8%(2년 6개월간 총 2%)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