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좋은 실적을 내는 ‘경기불황주(株)’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국내 1위 채권추심업체인 고려신용정보 주가는 25일 8620원이다. 2월 25일 7730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3개월간 11.5% 올랐다. 3개월간 코스피가 2.2%, 코스닥이 0.03% 떨어진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채권추심업체는 개인이나 법인이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회수를 대행해주는 곳이다. 채권추심업은 금리 인상기에 매출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가계나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금융사들의 채권추심 의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이어진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올해 하반기 종료된다는 점도 이 회사에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경기불황주인 통신사 주가도 전 세계적인 증시 부진 속에서도 상승세다. 통신료는 소비를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때문이다. KT 주가는 이날 3만7000원으로 전날보다 3.06% 올랐다. 3개월 전 주가(3만1700원)와 비교하면 16.7% 올랐다.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4.6% 상승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통신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2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처럼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적자를 냈음에도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만3000원 전후에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도 경기불황주로 뽑히는데, 최근 상승세다. 이날 코엔텍 주가는 8330원으로 3개월 전(7780원)보다 7.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