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도박장 잘 먹고 갑니다.”

전 세계 가상 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루나’ 가격이 상장폐지를 하루 앞두고 4배 가량 치솟았다 폭락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상폐 빔(상폐를 앞두고 가격이 일시적으로 치솟는 현상)’이다. 27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중 한 곳인 빗썸은 이날 오후 3시 루나 코인을 거래 종료(상폐)한다. 앞서 고팍스와 업비트가 상폐를 했고, 코인원과 코빗 등 국내 나머지 거래소들도 상폐를 앞두고 있다.

전날 빗썸에서는 상폐를 앞두고 시세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26일 오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200원대에서 머물던 루나 가격이 갑자기 치솟기 시작하더니 오후 6시에는 1180원까지 올랐다. 한시간 반만에 무려 400% 가량 오른 것이다. 하지만 30분 뒤, 가격이 650원으로 반토막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시간 뒤에 다시 900원까지 올랐던 루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27일 오전 3시에는 220원까지 떨어졌다. 그야말로 ‘광란의 롤러코스터’였다. 이날 오후 3시 상폐되기 직전 루나는 전날보다 99% 하락한 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상폐를 앞두고 이처럼 코인 시세가 급변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루나에 대해 정부와 거래소, 전세계 경제 인사들까지 나서서 ‘경고’를 했지만 통하지 않은 것은 가격이 폭락한 루나·테라 코인을 두고 새로운 루나를 발행하기로 한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발표도 영향을 줬다.

2019년 10월 1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에 연사로 나선 권도형 대표의 모습. /유튜브 캡처

◇새 루나 결국 전세계 배포…또 다시 죽음의 소용돌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에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생태계를 부활시키겠다”며 일명 ‘테라 2.0′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테라와 루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루나 코인을 무료로 나눠주는 ‘에어드롭’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테라와 루나는 각각 ‘테라클래식’, ‘루나클래식’으로 이름이 바뀐다. 해외 거래소인 후오비와 OKX에 이어 업비트와 빗썸, 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들까지 권 대표의 에어드롭 조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테라폼랩스 측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새 루나의 에어드롭은 28일 오후 3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한 거래소 대표는 “에어드롭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테라폼랩스가 일방적으로 각 거래소에 새 루나를 보낸다”며 “투자자들 몫이라며 테라폼랩스가 전송한 루나는 (규정상)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 루나에 대해서는 에어드롭을 앞둔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어느 한 거래소가 새 루나를 매매할 수 있도록 상장할 경우다.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 거래소가 “상장하겠다”고 나설 경우, 전 세계에 있는 새 루나 보유자들이 그 거래소로 코인을 보내게 돼 또 다시 ‘폭탄돌리기’와 ‘광란의 롤러코스터’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도형 대표로 향하던 투자자들의 원성이 ‘왜 새 루나를 상장시키지 않는 것이냐’며 거래소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전세계 투자자들이 몰리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다가 상장해주겠다고 나서는 거래소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기존 테라와 루나를 99.99% 폭락시켰던 ‘죽음의 소용돌이’가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코인 루나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상장폐지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빗썸 캡쳐

◇도지코인 창업자 “테라2.0은 멍청한 짓”

‘테라 2.0′은 기존처럼 테라와 루나가 가치 유지를 위해 알고리즘에 엮이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 외에 알려진 내용은 없다. 기존 루나 코인은 자매 코인 테라의 가격이 개당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됐다. 테라 한 개를 팔면 1달러어치 루나를 받는 식인데, 테라 가격 유지를 위해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한다. 테라가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테라를 사도록 설계돼있지만, 현실에서는 투자자들이 탈출하듯 팔기 시작했다. 결국 루나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격이 일주일 사이 99.99% 폭락했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서 가상 화폐 업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폰지사기, 알고리즘과 같은 헛소리 같은 실험을 멈추라”고 주장한 한 트위터 이용자의 트윗을 인용하며 “강력하게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알고리즘 스테이블’이란 말은 담보화되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을 합법화하는 선전용어”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가 새로 발행한다는 테라2.0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도지코인을 개발한 빌리 마커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라2.0은 가상화폐 도박꾼들이 정말로 얼마나 멍청한지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가상화폐 세계는 기억력이 짧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 테라 2.0을 보라”면서 “이를 둘러싸고 벌써 과장 선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