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12시 34분. 빅사이즈 여성 의류 쇼핑몰인 코스닥 상장사 ‘공구우먼’은 주주들에게 1주당 새로운 주식 5주를 지급하는 500%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3개월도 안 돼 무상증자 결정을 한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 6만2000원 전후에서 맴돌던 주가는 순식간에 상한가(30% 급등)를 치면서 7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에도 장 개장과 함께 상한가인 10만3300원까지 치솟았다. 14~15일 이틀간 코스닥 지수는 3.5% 떨어졌는데, 공구우먼 주가는 66%나 오른 것이다. 하지만 16일에는 16% 급락해 8만6300원까지 떨어졌다.
공구우먼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주식시장이 불안했던 3월에 상장을 준비하느라 주식 수가 적은 상태로 상장이 됐다”며 “주식 수가 적으면 주가 변동 폭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수를 늘려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고 무상증자를 단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묻지 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하되 돈을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기업이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지만, 올해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 3곳 중 한 곳은 적자 기업이라 전문가들은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올해 무상증자 코스닥社 3곳 중 1곳은 적자 기업
무상증자는 기업들이 이익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이동시켜 신주를 발행하는데, 회사가 실적이 좋아 쌓인 돈이 많을 때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행한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무상증자를 발표한 코스닥 기업 33곳 중 10곳은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자를 낸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7사는 최근 3년간 적자가 이어졌고, 4년간 적자가 계속된 곳도 5사나 됐다. 지난 3월 무상증자를 발표한 유틸렉스는 적자가 137억원(2018년), 183억원(2019년), 249억원(2020년), 336억원(2021년)으로 늘어났다. 5월에 공시를 한 바이젠셀이라는 회사 역시 같은 기간 적자 폭이 13억원, 50억원, 79억원, 131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렇게 연속 적자를 내는데도 무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바이젠셀은 지난달 25일 무상증자를 발표하고 이틀간 주가가 2만2750원에서 2만6150원으로 15% 급등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2600원으로 공시 발표 전 주가보다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실적 좋은 기업들도 무상증자 효과는 ‘미미’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도 무상증자 효과는 크지 않았다. 난방 및 주방가전기기 제조업체인 파세코는 영업이익이 2018년 53억원에서 지난해 229억원이 돼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무상증자를 발표했는데 현재 주가는 1만6200원으로 발표 당시(2만5350원)와 비교해 36% 하락했다.
유전자검사 전문 업체 랩지노믹스도 2018년 21억원 적자를 내고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영업이익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도 현재 주가(5640원)는 발표 당시(3만1700원)와 비교하면 5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달 한 주당 8주를 주는 무상증자를 발표한 노터스는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 주가가 1만원에서 3만7050원이 돼 4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16일에는 2만200원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뒤늦게 노터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박영규 가톨릭대 교수는 “주식 수가 늘어나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무상증자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상증자 발표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