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③편에서 계속
베트남 투자 전문가인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와의 대화는 베트남의 거시경제 상황을 넘어 베트남이 한국 투자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한국 경제인이나 투자자에게 활력소였다. 지금도 매력이 여전한가?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이다. 이유는 세가지이다. 먼저, 루치르 샤르마 전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수석글로벌투자전략가는 아시아의 기적으로 한국, 대만, 중국을 꼽는다. 이 국가를 이어 아시아의 기적이 되려면 무역과 투자를 개방하고, 수출 강국이 되어야 하며, 정부가 정책 실수를 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베트남이 한국, 대만, 중국과 같은 길을 가고 있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보면 한국의 강점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IT(정보기술) 부품회사의 경우 한국에서 인력 채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에 있으면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세금이 삼중 사중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에 반해, 베트남은 젊은 인력들이 많고 인력의 질도 좋다.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도 별로 없어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송 대표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 갔다.
“한국이 강점을 잃으면서 한국의 공장들이 점점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중국의 공장도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 기업 가운데 미국 시장만 바라보는 기업은 한국이나 중국을 떠나서 멕시코로 가면 된다. 하지만 중국 시장까지 보려면 베트남으로 가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베트남이 제조업 강국이 될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이다.”
베트남으로 가는 한국 기업들
송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걱정됐다. 그래서 추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사례를 하나 든다면?
“삼성전기의 3대 생산 품목은 MLCC, 반도체 기판, 카메라 모듈이다. 이 부품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이 가운데 카메라 모듈은 베트남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었다. 이제 반도체 기판 공장도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기의 매출 50%가 베트남에서 발생한다. 고용도 베트남에서 하게 되고 세금도 베트남에 내게 된다. 한국에 있는 삼성전기가 베트남 공장의 이익을 연결재무제표상 이익으로 잡기는 하지만, 현금흐름이 베트남 현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현지에서 세금을 내게 된다. 베트남에서 창출한 이익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삼성전기 현지법인이 한국 본사에 배당을 해야 한다.”
—배당을 통해 현금을 한국에 가져 오는 것은 문제가 없나?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은 연구개발 분야 뿐이라서 그 사람들에게 월급 주는 정도만 배당으로 가져오고, 나머지는 대부분 현지에 남겨두는 추세이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한국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생기면 지금처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경제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기업의 금융자산이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 쌓이게 된다. 한국 제조업들이 가는 곳에 한국 금융회사들이 따라 간다. 한국 기업들이 신한 베트남 은행을 많이 이용해서 신한 베트남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낸다. 이익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고 한다. 생산과 자금흐름이 모두 현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주는 이익이 우리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의 혜택을 보다
—베트남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인 세번째 이유는?
“G2(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이 갈등의 최대 수혜자가 베트남이다. 지난달 하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면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설립했는데, 거기에 베트남이 들어간다.
베트남과 중국의 수출을 분석해 보면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지만, 베트남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미·중 갈등의 가장 큰 혜택을 베트남이 보고 있다는 뜻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베트남 외에 다른 나라들이 혜택을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베트남은 아직 섬유, 의류, 가전 같은 제품이 주력이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가입이 예상되는 나라에서 미국 수출용 가전이나 의류의 제조업 공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는 베트남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니 미·중 갈등 속에서 이런 산업의 혜택은 베트남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다자 혹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가장 많이 가입한 나라이다.”
—한국은 혜택을 볼 여지가 없나?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은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인데,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할 듯 하다. 미국이 이런 품목들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이 주력인 의류나 가전 제품의 공장을 미국 내에 두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고성장 산업 ①
: 소비재와 유통
—베트남 경제에서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산업 분야는?
“베트남 경제를 소비, 투자, 해외 등 3개 부분으로 나눠 분석해 본다면 소비가 경제성장의 제 1추동력이다. 인구가 1억명이 넘고, 소득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021년 3743달러에서 2027년 6682달러로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IMF가 예상하고 있다. 아세안(ASEAN) 그룹에서 인도네시아를 추월할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를 이어 4위나 5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을 3가지 꼽으라면?
“첫째, 소비재와 유통 산업이다. 인구가 1억명이 넘어 내수시장이 충분하므로 소비재와 유통 산업이 베트남 경제를 끌고 갈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소매판매가 1년전보다 22% 증가했다. 보복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재와 유통 부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인가?
“소비재 부문은 가전제품이나 의류 부문이다.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문은 가전이다. 휴대폰, PC, 게임기, 의류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는 아직 조금 더 소득이 올라야 증가할 것 같다. 유통 부문이라면 가전 등을 파는 백화점, 마트 같은 업종이다. 빠른 속도로 점포가 늘어나고 판매망도 확대되고 있다.”
고성장 산업 ②
: 증권과 보험
—두번째 고속성장 업종은?
“금융업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금융업을 주도했지만, 증권업과 보험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은행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기업이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시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증권시장은 점점 커지게 된다.”
송 대표가 베트남 개인주식 투자자들의 신규 증권계좌 개설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픽을 꺼냈다.
“증권계좌가 올해 5월에 47만6000개나 늘었다. 3~4년 전에는 월 5만개 정도 늘었다. 우리나라의 동학개미와 비슷한 개인 주식 투자 붐이 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20대의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주식 투자를 배우고 있다. 집을 소유하기 전에 주식 맛부터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증권 분야가 앞으로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또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다. 그래서 보험업 부문도 전망이 좋다.”
고성장 산업 ③
: 부동산과 건설
—세번째 고속성장 분야는?
“부동산과 건설이다. 베트남은 아직까지는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대만과 중국 등에서 공장을 이전해오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설비투자 붐이 불면서 도로나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 활발하다. 특히 현직 총리가 인프라 건설에 매우 적극적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 때처럼 1년에 도로 몇 킬로미터 깐다는 식으로 목표를 세운다.”
—고속성장 경제는 항상 그만한 위험도 내부에서 잉태한다. 베트남 경제의 위험은?
“정부가 지나치게 성장률 목표를 높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6.5~7% 정도를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면서 경제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성장률이 7% 정도 유지한다면 경제가 과열 없이 무난하게 굴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경제를 추동하는 3개 산업 부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성장하는 산업에는 반드시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화제를 베트남 기업으로 이어갔다.
주요 기업 ① 호아팟
—현재 베트남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을 3곳 꼽으라면?
“먼저 철강회사인 호아팟(HPG)을 들 수 있다. 한국의 포스코처럼 압도적인 1위의 철강회사이다. 철강 부문에서 돈을 벌어서 가전 쪽에 진출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만들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경영을 잘하고 재무구조가 건실해서 나중에 한국의 삼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영 기업인가?
“민영 기업에서 출발했다. 7~8년 전에는 국영 철강회사인 비나스틸, POM 과 비슷한 규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호아팟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호아팟은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세계적 자문기관들은 베트남 정부에 국영기업을 빨리 민영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경영자는 어떤 사람인가?
“쩐 딘 롱 회장이라고 하는데, 경영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대 사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베트남 경영자들 가운데에는 회사를 이용해 개인적인 사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롱 회장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를 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치도 하지 않아서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
주요 기업 ② 비에텔
—두번째 주도 기업은?
“베트남의 가장 큰 무선통신회사인 비에텔(Viettel)이다. 시장점유율이 55%에 이른다. 한국의 SK텔레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자회사로 MBB 은행을 갖고 있고, MBS 증권사와 CTR 건설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원래 군의 통신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국방부가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분이 민영화되어 있다.”
—이 회사의 향후 전망은?
“은행, 증권, 보험, 건설 자회사가 모두 아주 좋은 회사가 될 것 같다. 모(母) 그룹이 이동통신회사로 매우 튼튼하니 현금 흐름이 아주 좋지 않겠나?”
주요 기업 ③ 빈그룹
—세번째 주도 기업은 어디인가?
“빈(Vin)그룹이다. 모(母) 회사가 부동산 주력 기업인 빈컴(VIC)이고, 아파트 건설 회사인 빈홈(VHM)과 백화점인 빈컴리테일(VRE)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빈컴리테일은 전국에 80개 매장을 갖고 있고, 면적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합친 정도 된다.”
—위험 요인은?
“빈패스트(Vinfast)라는 자동차 회사를 몇 년 전에 설립했는데, 여기서 너무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 빈그룹은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그룹인데, 빈패스트가 어떻게 될 지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
종업원지주제 악용 기업 많다
—베트남 산업이나 기업을 분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을 3가지 든다면?
“첫째, 경영자의 능력과 도덕성이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 회사를 평가하는 항목 중에 종업원지주제(ESOP)가 있다. 근로자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게 해서 자본 소유의 분산과 부의 공평 분배에 기여하려는 제도이다. 종업원들의 복지 확대가 원래 취지인데, 이 제도를 악용해 대주주가 사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5만동(동은 베트남 화폐 단위)짜리 주식을 1만동에 발행해서 대주주가 가져가면 주식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는 타격을 받는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도 되지 않는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회사라고 봐야 한다.”
—어떤 기업인지 예를 들면?
“대형 은행인 TCB, 생수와 커피 등을 제조하는 소비재 기업인 마산(MSN), 대표적인 가전 제품 유통회사인 모바일월드인베스트먼트그룹(MWG)을 들 수 있다. 매년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한 신주를 발행하니, 주식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이러한 지배구조를 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대주주가 이익을 보면 차익만큼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베트남은 증여세나 상속세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신주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시는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반대해도, 베트남 회사들은 대주주가 회장으로 회사를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대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 주총에서 승인을 한다.
이런 회사들에 관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자료나 공개 자료를 따로 모아 놓은 곳은 없지만, 한 번 이렇게 한 회사들은 매년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다. 시가 총액이 크고 공모펀드에 가입된 기업들도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기업들이 꽤 있다. 대주주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기업은 장기 성장에는 취약하다고 봐야 한다.”
미래 성장성이 중요하다
—두번째 중요점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나니, 5~10년 후에 크게 성장할 회사를 골라야 한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지만 베트남에서는 특히 이 점이 중요하다.”
—세번째 중요점은?
“재무제표를 분석할 때 이익보다는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대체로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은 현금흐름이 좋다. 그러나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현금흐름이 좋지 않으면 유의해야 한다. 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두 항목의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 이익의 질이 좋지 않거나 이익을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안보고 PER(주가수익비율)이 낮다고 무작정 투자하면 안된다. 다만 1~2년 정도 미스매치는 괜찮다.”
베트남의 3대 주력 성장산업에 대해 충분히 들었다. 베트남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인 투자 방법과 투자 종목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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