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의류와 가전 등 주력 수출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12월 30일 베트남 흥옌 지역의 한 봉제공장 모습./로이터

☞ ②/③편에서 계속

베트남 투자 전문가인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와의 대화는 베트남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투자 방법과 유망한 주식 종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베트남 경제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이 가운데 주식은 한국 투자자들이 직접 할 수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베트남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도록 중개해준다. 베트남 투자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우량 주식을 직접 골라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량주 직접 골라 투자하라

—직접 투자가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보다 낫다고 보는 근거는?

“우리나라도 주식 시장 초창기에는 상위그룹의 변동이 매우 심했다. 예를 들어 한 대기업 그룹의 자회사들이 시가총액 상위 주식을 많이 차지하고 있을 경우 그 대기업이 망하면 상위 주식들이 모두 추락해 펀드 실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펀드는 주로 시가총액 상위 주식들을 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아서 펀드에 편입되어 있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좋은 우량 기업이 많으므로 잘 골라서 장기투자하면 더 나을 것 같다.”

미국의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투자전략으로 유명하다. 베트남 투자 전문가들은 버핏 회장의 이러한 장기보유 전략이 베트남 투자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한다. 2019년 5월 5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버핏 회장./AP 연합뉴스

송 대표가 이 때 인터뷰를 하던 회의 탁자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더니 컴퓨터 모니터를 잠시 체크했다. 베트남 주식시장 장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시장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45분에 마감한다고 했다. 다시 회의 탁자로 돌아온 송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ETF(상장지수펀드) 전성시대이다. 투자자가 개별 우량 주식을 잘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 전략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 전략이다. 패시브 전략은 기본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자금)이 많을 때 통한다. 시장에 돈이 넘쳐서 모든 주식이 다 오르니 이것 저것 고를 필요 없이 시장 지수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반면,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때에는 다시 액티브 투자가 주목 받는다. 실적이 좋은 우량주를 골라 사야 한다. 지금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개별 우량주를 연구해 잘 골라야 하는 시대가 되돌아 왔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잘 연구해서 좋은 종목을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채권 투자는 쉽지 않다

—베트남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채권은 우리나라에서 직접 사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금리가 높은 좋은 채권이 많기는 하지만, 베트남의 국가신용등급이 아직 투자등급이 아니다. 베트남 채권을 사려면 현지 증권사에 계좌 개설을 한 뒤에 거래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채권투자해 본 경험이 있나?

“우리가 2017~2018년 쯤에 베트남채권투자펀드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펀드자금의 상당 부분을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을 사고 일부 자금으로 베트남 IPO(기업공개) 주식을 사는 형태였다. 채권 금리에 IPO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형 펀드였다. 그런데 베트남의 IPO 제도가 우리와 달라서 성공하지 못했다.

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환율 추이를 보면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높은 반면, 동·달러 환율은 안정적이어서 원화와 동화의 환율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환율 격차에 매우 민감해 펀드를 장기보유 하지 않고 중도환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베트남 채권 시장에서 좋은 상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현재 국채 금리는 낮은데, 회사채 금리는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 화폐 동의 환율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화폐들.

—베트남 화폐인 동화가 매우 저평가(환율은 높음)되어 있는 것 같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리스트에 포함시켰지만 그래도 용인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과 싸울 때 베트남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에

—부동산 투자는 어떤가?

“한국 투자자들 가운데 앞서 간 사람들은 베트남 아파트를 샀다. 주거래 은행을 통해 한국은행에 신고하고 현지 아파트를 산 뒤 임대하면 된다. 현지에 한국계 부동산들이 잘 관리해 준다. 아파트는 10년이나 20년을 보고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파트를 사서 임대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사진은 베트남 호치민의 한 아파트 단지./인베스트아시안

—토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용권만 받기 때문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현지에서 땅을 취득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기업들도 공단으로 들어가서 공장을 짓지, 별도로 땅을 사서 짓는 기업은 보지 못했다. 산업공단의 사용권은 다른 용도로 전용이 잘 안된다.”

장기투자해야 성공한다

—베트남에 투자할 때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적인가?

“반드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하면 성과가 잘 나온다.”

—왜 그런가.

송 대표가 투자자별 주식 매매 비중이 그려진 그래픽을 보여줬다.

베트남 주식 투자자 중에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80%를 훨씬 넘기 때문에 주식 시장 변동성이 크다./자료=피데스자산운용

“베트남 기관투자자, 외국 기관투자자, 베트남 개인투자자 가운데 개인 비중이 거의 90%에 달한다. 이렇게 개인 비중이 높으면 주가의 변동성이 아주 심하다. 그러니 주가가 빠지면 외국인인 한국투자가들이 들어가서 사면 된다. 예전에 한국 주식시장 초창기가 그런 형태였다. 개인투자자들이 빠지면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사곤 했다. 우리가 배웠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송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좋은 주식을 골라서 장기 투자하라. 지금도 한국에서 베트남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베트남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를 환매하고 베트남 주가가 오르면 펀드에 가입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고점 대비 15% 정도 빠졌을 때 투자해 장기보유하면 이익을 낸다고 본다.”

적립식 투자도 좋은 방법

—강심장이 아니라면 변동성이 클 때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기가 쉽지 않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리스크(위험)는 아니다. 투자전문가들은 VIX 지수(주가변동성지수)가 30 이상일 때는 사고, 20 이하면 팔라고 한다. VIX 지수가 40 이상이면 무조건 바닥이라고 본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은 반대로 한다.

베트남 주식도 변동성이 커질 때 사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적립식 투자가 좋다. 매달 얼마씩 일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한국은 2005년 이후에 적립식 투자가 확산됐는데 너무 늦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적립식 투자할 만한 우량 주식이 이미 오른 뒤였다. 그런데 베트남은 지금 우량 주식이 저평가 되어 있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확률이 높다.”

베트남 주식은 장기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매달 조금씩 사두는 적립식 투자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사진은 2020년 6월 NH농협은행이 시행한 온라인 적립식펀드 가입 이벤트./NH농협은행

—베트남 주식은 어느 정도 저평가되어 있나?

“현재 PER(주가수익비율)이 13배이다. 올해 연말 실적 기준으로는 11배 정도가 될 것 같다. 인도는 베트남보다 성장률이 높기는 하지만, PER이 30배에 이른다. 인도와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에서 EPS(1주당 기업이익)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인데, 두 나라를 비교해 보면 베트남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추천 종목 ①

: 빈컴리테일

—우량 주식을 직접 골라서 장기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목할만한 개별 주식 종목을 5개만 추천한다면?

“먼저 유통 부문의 빈컴리테일(VRE)과 FPT리테일(FRT)을 주목할만 하다.”

—빈컴리테일은 어떤 기업인가?

“호치민과 하노이 등에 총 80개의 쇼핑몰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 최대 오프라인 쇼핑몰 업체이다. 우리나라의 롯데와 신세계를 합친 규모이다.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어서 부동산 가치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주식 시가총액이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본다.

미국 경제를 보면 이번에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메이시 등 하이엔드 백화점과 달러트리 등 로우엔드 소매점의 판매 상황이 모두 좋다. 빈컴리테일은 명품을 파는 회사이니 역시 향후 전망이 매우 좋을 것 같다. 호치민과 하노이에 초대형 규모의 백화점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는 땅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이 들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빈컴리테일 홈페이지
자료=인베스팅닷컴

추천 종목 ②

: FPT리테일

—FPT리테일은?

“베트남 2위의 유통업체이다. 핸드폰, 랩톱, 가전 등 ICT(정보통신기술) 체인점 676개와 약국 체인점 546개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할 때 돈을 버는 기업은 주로 유통업체이다. 아이폰 등 휴대폰과 가전제품, 건강식품을 파는 매장이니 전망이 밝다고 본다.”

FPT리테일 홈페이지.
자료=인베스팅닷컴

추천 종목 ③

: 호아팟

—세번째 추천 기업은?

“철강회사인 호아팟(HPG)이다. 한국의 포스코처럼 베트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철강 회사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같은 훌륭한 경영자가 경영을 하고 있다. 베트남이 앞으로 인프라 투자나 건설을 많이 할텐데, 철강이 최고 수혜주이다. 수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포스코도 내수로 시작해서 수출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철강 부문 외의 사업은?

“가전 제품에도 적절한 시기에 잘 진출했다. 소득이 늘어나면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어난다. 저명한 브랜드를 가진 이 회사가 가전제품을 만들면 잘 팔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삼성그룹처럼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형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호아팟 홈페이지
자료=인베스팅닷컴

추천 종목 ④

: MIC

—네번째 추천 기업은?

“보험회사인 MIC(군인보험)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종목명이 MIG로 표기된다. 군인보험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건강보험, 자동차보험이 주력상품인 손해보험회사이다. 시장점유율이 5.5%로 5위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시가총액이 4.1조동인데, 보험료 수입이 3.9조동에 달했다. 2018년에 3.6조동이던 총자산이 2022년에는 7.2조동으로 두배로 성장했다. 지금은 작은 돌이 굴러가지만 소득이 늘어나면 보험 가입도 증가하게 되므로 10년 뒤에는 바윗돌이 굴러갈 것 같다. 과거에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 손보사들의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MIC 홈페이지
자료=인베스팅닷컴

추천 종목 ⑤

: VN다이렉트증권

—다섯번째는?

“VN다이렉트증권(VND)이다. 우리나라의 키움증권처럼 온라인 거래에서 점유율 1위이다. 신규계좌 개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이용하고 온라인 쪽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증권업 자체가 성장산업이다. 베트남 주식 시장이 조만간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 프론티어 지수에서 신흥개발국 지수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향조정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증권업이 더 활황이 될 것 같다.”

VN다이렉트증권 홈페이지.
자료=인베스팅닷컴

베트남 투자시 유의점

모든 사물에는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있다. 베트남 투자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물어봤다.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 투자는 원화를 달러를 거쳐 동화로 바꿔서 투자하는 것이다. 베트남 동화가 현재 저평가 되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는 있다. 최근 4년간도 환차익이 났다. 하지만 환율이 어떻게 변동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투자자금 회수 문제를 따져 봐야 한다. 베트남 주식은 한국 주식처럼 수시로 사고 팔 수 있으니 투자자금 회수 문제는 일단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호치민의 증권거래소 건물./위키피디아

—세번째 유의점은?

“세금이다. 배당을 받을 경우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따라서 현지에서는 배당세를 내지 않는다. 대신 한국에서 16.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내면 된다.

세금 문제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양도차익이다. 이익이 나면 그 다음해에 양도차익을 신고하고 20% 세금을 내야 한다. 내 생각에는 매매 이익이 날 때에는 손해 보는 주식도 같이 팔아서 양도차익을 줄이는 것이 좋다. 더 좋은 방법은 가급적이면 장기보유 한 뒤 나중에 베트남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 주식을 팔고 세금을 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송 대표가 잠시 양해를 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면서 호치민 주식시장의 마감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베트남 현지 증권사의 화면을 본다고 했다.

베트남 투자, 고령층이 유리하다

송 대표의 투자 이론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그의 투자 실적은 어떨까? 송 대표는 베트남 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율을 낸 여러가지 자료를 보여줬다. 아주 높은 수익률을 낸 사례도 있었다. 독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달라고 하자, 피데스자산운용이 자문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모펀드인 ‘유리베트남알파’의 실적을 보여줬다. 2016년에 설정된 뒤 6년째 운용중인데 그 동안 161% 수익이 났다고 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주가지수는 96% 올랐다.

—높은 수익률을 낸 비결이 있다면?

“타이밍과 운이 좋았다고 할까? 우리는 우량 종목을 골라서 적극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전략을 쓴다. 이 전략은 주가 하락기에는 수익률이 주가지수보다 나쁘고, 주가 상승기에는 지수보다 훨씬 좋아진다는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4월부터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까지는 하락장이라서 성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면 성과가 아주 좋아서 하락장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이익을 냈다.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하는 목적은 방어가 아니라 장기 투자해 큰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액티브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베트남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으니, 시기를 잘 골라 우량주에 투자하면 장기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예상된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빈컴백화점 하노이 매장에 쇼핑객들이 몰려 있는 모습./빈컴백화점

—베트남 투자할 때 중요한 노하우가 있다면?

“한국의 과거 경제발전과 주식시장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다. 베트남이 한국과 비슷한 노선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보다는 경험 있는 우리 세대가 더 좋은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베트남에서는 현지 운용사를 더 키우고, 국내에서는 베트남 전문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려고 한다.”

신뢰 잃은 한국 투자업계

시야를 넓혀 한국 금융계의 과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 금융업이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건으로 고객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사모펀드 운용사 제도가 2016년에 처음 도입되어 제대로 정착을 못하고 시들어 버린 듯 하다. 전문투자자를 위한 좋은 제도였다. 업계가 잘 협심해 그 제도를 살려가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추락한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자들이 시위하는 모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과 금융계의 규제를 많이 풀겠다고 했다. 송 대표가 보기에 시급히 풀어야 하는 규제가 있다면?

“규제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미 거의 다 허용되어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들이다. 업계가 허용된 제도를 잘 활용해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업체들이 너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시계가 5시 30분을 향해 간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벌써 3시간 반이 지났다. 송 대표는 인터뷰 내에 풍부한 거시경제 분석 자료, 다양한 기업과 주식 사례를 들어가며 베트남 경제와 주식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매우 겸손한 성격이었지만, 베트남에 관해 설명할 때는 독자의 이해에 필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하면, 필자가 질문을 하지 않은 부분도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야기했다. 베트남 경제에 관한 한 머리 속이 바둑판처럼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35년간의 투자 경험에서 얻은 투자 노하우를 마지막 질문으로 골랐다.

—투자 전문가로서 활동한지 35년이나 됐다. 그 동안 가장 좋았던 시기와 어려웠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였다.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였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 성과도 좋고 회사도 2006년에 최대 이익을 냈다. 작년에는 베트남 주식 시장이 좋아서 베트남 부문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그 외의 시기는 대부분 어려웠던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시장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재작년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는 베트남 주가도 급락했는데, 다행히 작년에 회복 속도가 매우 빨랐다.”

전세계 금융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였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끝이 났다. 사진은 세계 금융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 거리 표지판./조선일보DB

—산전수전 다 겪으며 나름대로 투자 원칙을 터득했을텐데,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투자 원칙이 있다면?

“첫째, 투자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본인의 자세 문제이다. 투자를 보는 관점이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결정된다고 본다. 단기적 시각에서 작은 이익을 내려고 하면 실패하기 쉬운 반면, 최소한 3년, 장기적으로는 10년 이상의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하면 대부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라. 잘 모르면 대충 보지 말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 남 이야기 듣지 말고 본인이 잘 연구해 투자하라. 그래야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잘 모르면 단기투자하고 주가가 빠지면 팔게 된다. 잘 알면 전망이 밝은 회사를 고르게 되고 장기투자하게 된다.”

송 대표는 향후 1~2년 내에 후배들에게 회사 대표 자리를 넘겨 주고, 본인은 베트남 주식 운용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표직에서는 내려오지만, 주식투자를 좋아하며 현장을 뛰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청년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 투자전문업체인 피데스자산운용의 송상종 대표가 지난 6월 1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베트남 경제 상황과 투자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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