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멘토’ ‘존봉준(존 리와 전봉준의 합성어)’ 등으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불법 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존 리 대표의 친구가 2016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P사를 설립하고, 존 리 대표 아내가 이 회사 지분 6%가량을 투자했는데, 그로부터 2년 뒤 메리츠자산운용이 이 회사가 출시한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자사 펀드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사의 최대 주주인 이모씨는 존 리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까지 입학한 친구다. 존 리는 대학을 다니던 중 이민을 갔고, 이씨는 국내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대표는 “(이씨와) 오래전부터 친구였다”며 “하지만 메리츠자산운용이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와이프가 투자한 회사라는 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P사의 선택은 전적으로 펀드매니저의 결정이었다. 다른 P2P 업체들은 연체율이 20%가 넘는 곳도 있었는데, P사는 연체율이 유일하게 0%였다”고 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존 리 대표의 배우자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금융사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관련 임직원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알았다면 그 시점에 해당 임직원이 지분을 팔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펀드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운용할 때 이해관계인과 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해관계자는 펀드운용사 임직원과 배우자 등이다. 다만 이해관계인이 되기 6개월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른 거래 등 예외 사유가 있다. 또 존 리 대표가 아내나 회사가 P사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도 금융 당국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