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반짝 상승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뉴시스

“그나마 안전하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6000만원이 날아갔네요. ‘돔황챠(코인 투자에서 도망쳐를 뜻하는 은어)’를 외칠 시간도 없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코인 투자자 A씨는 올해 1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5000만원씩 샀다. 유튜브 강좌를 보며 비트코인이 1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내내 가격이 떨어지더니 이달 들어서는 1억원의 투자금이 순식간에 반 토막 났다.

A씨뿐 아니라 코인 투자자들은 이번 달 급락장으로 큰 손실을 봤다. 하락 속도와 폭이 너무 커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도망칠 겨를도 없이 하락빔(순식간에 가격이 급락한 차트 모습을 표현한 은어)을 맞았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많이 올라온다.

23일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3일까지 전 세계 비트코인 일평균 거래량은 293억달러(약 38조원)로 집계됐다. 작년 1~6월 일평균 거래량이 614억달러(약 80조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거래량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셈이다. A씨는 “가격이 너무 빠르게 떨어지다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향이 안 잡혔다”며 “이제 코인 계좌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밝혔다.

◇“거래량 급감은 비트코인 가격 전망 더 어둡게 해”

통상 가상 화폐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는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비트코인 가격이 36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40% 가까이 급등했던 지난해 2월 비트코인 거래량은 81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존 투자자들은 물론 신규 투자자들까지 유입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 영향이다.

80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 초반대로 반 토막 났던 작년 4~5월에도 거래량은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때는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급하게 매도하는 ‘패닉셀’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열흘간 비트코인 가격이 36%가량 급락했던 이번 달 비트코인 일평균 거래량은 338억달러 수준으로, 연초보다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지난달(349억달러)보다는 오히려 줄었다.

시티그룹의 앨릭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가격을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수치가 거래량인데,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가상 화폐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인 100개 중 74개, 3개월간 수익률 -50% 이하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락세에 이어 이번 달 폭락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3개월간 반 토막이 났다. 다른 코인들의 수익률도 처참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코인 중 최근 3개월간 시세가 상승한 코인은 단 8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0% 이상 가격이 상승한 코인은 단 한 개도 없었고, 6개는 수익률이 1%도 안 되는 소수점대 상승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코인(63개)이 -75~-50% 수익률을 기록했고, -100~-75%인 코인도 11개나 됐다.

이런 가운데 가상 화폐의 위험이 금융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기관의 가상 화폐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등 가상 화폐와 금융시장 간 연계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가상 화폐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4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굴렸던 헤지펀드가 코인 급락으로 파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가상 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스 캐피털은 투자 용도로 비트코인을 빌렸지만 최근 가격 폭락에 따른 추가 증거급 납입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대부업체에 제공했던 담보 자산을 강제 청산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