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관련 주식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29일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선두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날보다 4.63% 하락한 39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4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5월 12일(38만8000원) 이후 처음이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LG화학 주가는 7.02%나 떨어져, 이날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LG엔솔 공급망과 연계되어 있는 코스닥 상장사 엘앤에프(-7.20%)와 나노신소재(-2.74%)도 동반 하락했다. LG엔솔 경쟁사인 삼성SDI의 주가도 1.89% 하락한 57만원을 기록했고,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도 주가가 하루 만에 5.08% 떨어졌다.
업계 1위인 LG엔솔의 미국 투자 계획 전면 재검토가 이날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 주가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LG엔솔 측은 올해 3월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최근 고물가·고환율 여파로 투자비가 2조원대 중반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고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5~2026년 예상 시장 점유율은 LG엔솔이 44.4%로 다른 기업들과 대비해서도 압도적”이라며 “LG엔솔이 그만큼 공격적인 증설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전체 시장 규모 대비 과도한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여건이 단기에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들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반도체 공급망 차질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급등했던 배터리 재료 가격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됐는데, 리튬은 작년부터 지난달까지 806%, 니켈은 74%나 올랐다”며 “지금까지는 최종 소비자들에게 이 비용들을 전가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전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