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전세사는 직장인 A(39)씨 부부는 최근 재계약을 하며 4년 전 4억8000만원이었던 전세 보증금을 6억원으로 올려줬다. 늘어난 보증금은 대출로 충당했다. 같은 기간 주식에 투자했던 8000만원은 증시 폭락으로 2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보증금은 늘었는데 순자산은 감소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폭등으로 20~40대 젊은 가구의 전·월세 보증금이 급증한 가운데,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수한 재산)이 적은 가구일수록 보증금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세대주가 40대 이하인 가구의 자산 대비 전·월세 보증금 비율을 분석한 결과, 작년 기준 순자산 하위 20%(4810만원 미만) 가구의 보증금 비율은 평균 42%로, 4년 전인 2017년(30%)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순자산 상위 20%(6억3100만원 이상) 가구의 보증금 비율은 약 5%로, 4년 전보다 오히려 3%포인트 감소했다. 순자산이 많은 부유층일수록 부동산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보증금 부담은 거의 없는 반면 집값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증금 마련을 위해 빌린 돈이 가구의 총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순자산 하위 60%(3억1300만원 미만) 가구는 작년 이 비율이 31.5%였다. 5년 전인 2016년(14.7%)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반면 순자산 상위 40%(3억 13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에는 작년 이 비율이 6.3%로, 5년 전(5.1%)보다 1.2%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순자산이 적은 가구일수록 보증금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