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 워렌 버핏이 2017년 5월 6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회의에 앞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체리 콜라를 즐기고 있다./로이터

“코카콜라 주식은 평생 팔지 않겠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1988년부터 코카콜라 주식에 투자하면서 남긴 말이다. 30년 넘게 코카콜라에 투자하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도 4억 주(약 2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만 91세인 버핏이 아직도 매일 마신다는 코카콜라의 가치는 올해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는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코카콜라 주가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주당 62.5달러로 연초(59.3달러)보다 5.4% 상승했다. 코카콜라가 속해있는 다우평균이 같은 기간 14.5% 하락하는 등 미국 3대 증시가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 하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 출신 방송인 짐 크레이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CNBC ‘매드머니’에서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팝콘과 콜라를 비롯한 식음료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는다”며 “팬데믹 셧다운이 풀려 외식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콜라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칠성사이다가 있다”…롯데칠성 주가 29%↑

음료주(株)는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뽑힌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도 음료수 한 캔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카콜라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04억9000만달러로 작년 1분기보다 16.3%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98억3000만달러)를 6.7%나 웃돌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코카콜라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보다 9.7% 증가한 121억8690만달러로 예상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는 제품 가격이 작년보다 7% 올랐음에도 판매량은 8% 증가했다”며 “올해는 5%의 배당금 인상이 진행될 예정이고 자사주 매입 계획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 매력도 높은 업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 경쟁사인 펩시 주가는 올해 들어 1.1% 떨어지는 데 그쳤다. 펩시 역시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매출 비중이 높은 펩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 선방했다”며 “가격 인상 이후에도 소비 감소 영향이 거의 없었고, 록다운(봉쇄)이 있었던 중국에서는 오히려 점유율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료인 칠성사이다를 앞세운 롯데칠성 주가와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18일 롯데칠성 주가는 16만8500원으로 연초(13만1000원)보다 28.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988.77에서 2375.25로 20.5% 떨어졌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822억원에서 올해 2381억원으로 3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비 엇갈린 경기 방어株···통신·식품株 웃고, 금융株 울고

음료주 이외의 다른 경기 방어주들도 대체로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주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업종이다. 통신료는 소비를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통신 업체인 AT&T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37억3270만달러으로 작년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3%대 증가율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 덕분에 AT&T 주가는 현재 20.57달러로 연초(19.19달러)보다 7.2% 상승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KT의 현재 주가는 3만7150원으로 올해 1월 3일과 비교해 22.4% 상승했다. 과자를 생산하는 미국의 켈로그는 연초보다 주가가 12% 올랐고, 올해 영업이익이 1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오리온은 연초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기 방어주가 증시 하락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KB금융 주가가 연초보다 16.5% 하락하는 등 주요 은행주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금 감면 및 저리 대환 등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은행주가 급락하고 있다”며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정부 규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