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ELS는 기초 자산인 지수나 주가가 미리 정해 놓은 조건을 달성하면 수익이 나는데, 코스피가 상반기에 20%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자 ELS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최근엔 ‘연 20~30%대’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ELS가 여럿 출시됐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권사들의 ELS 발행 금액은 1조8300억원으로 두 달 전인 지난 4월 발행 금액(3조8200억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20년 5월(1조3400억원)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거래 대금이 2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ELS 시장의 위축 속도가 전체 시장보다 더 빠른 것이다.

◇폭락장에 위험 기피 투자자들, ELS에 찬바람

ELS는 수익률이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미국 테슬라 주가가 현재 수준의 90% 이상을 유지하면 연 10% 수익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보통 만기가 3년인데 6개월마다 조기 상환도 가능해, 많은 투자자들이 이를 노리고 투자한다. 반면 만기가 됐을 때 가격이 특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조건에 따라 현 가격에서 하락한 비율만큼 손실이 난다. 고위험·고수익인 ‘원금 비보장형’ 상품은 이론적으로 100% 손실도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증시 추락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기피하게 되면서 일정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ELS 상품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리스크가 큰 편에 속하는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또 ‘여기가 바닥이 아니고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LS 상품은 통상 만기 시 현재 주가(지수)의 60~75% 이상 유지할 것을 원금 보전의 조건으로 내세우는데,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ELS는 한 번 투자해 수익(상환)을 얻은 사람들이 수익금을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조기 상환 금액이 줄어들어 투자금 풀(pool) 자체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ELS 조기 상환이 이뤄진 금액은 약 5800억원으로 지난 4월(1조79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증시 급락으로 다수 ELS의 수익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여파가 다시 신규 ELS 발행 감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수익률 ‘연 32.9%’ ELS도 청약률 18% 불과

최근 증권사들은 잇따라 ‘연 20~30%대’ 고수익률을 목표로 내건 ELS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급락장에 리스크가 커진 만큼 그에 연동되는 수익률도 자동으로 오른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목표 수익률이 연 32.9%인 ELS 상품을 내놨지만 50억원 모집에 8억8000만원만 발행됐다. 청약 경쟁률이 17.6%에 그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달성하지 못할 수 있는 수익보단, 투자금 보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도 목표 연 수익률이 20~28%대인 ELS 상품을 모집했지만 청약률은 한 자릿수인 4~6%에 그쳤다. 이달 들어 국내 5대 증권사는 총 7555억원어치의 ELS를 모집했는데 1195억원(15.8%)어치만 발행됐다. 재작년 증시 활황기 때 인기 ELS의 경우 한 종에만 2000억원 가까운 돈이 몰리고 경쟁률도 최고 수십 대 일까지 치솟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 ELS 시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한편, 조기 상환금이 늘어나면서 그것을 재투자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향후 시황이 좋아지면 거꾸로 ELS 수익률은 낮아지게 되므로, 현재 리스크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ELS 상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LS (주가연계증권)

기초 자산인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 미리 정해 놓은 범위 안에 머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파생 금융 상품. 기초 자산이 주가지수인 ‘지수형 ELS’와 개별 주식인 ‘종목형 EL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