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기엔 리츠(부동산 투자신탁)보다 부동산 대출채권이 안전한 자산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AB자산운용의 클라크 커피(Clark Coffee) 부동산 대출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서울 중구 AB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요즘같이 물가가 급등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은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안전한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커피 CIO는 도이체방크, 라칸 캐피털 등 글로벌 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서 17년 동안 유럽 부동산 분야를 다뤄온 전문가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이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모집해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하려는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금융 상품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인기를 끈 리츠 투자와 ‘부동산 투자’라는 점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리츠는 부동산 투자 회사의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직접 투자를 하는 개념이라면, 대출채권은 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대주고 이자 수익을 낸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상업 부동산 대출채권의 수익률은 최근 연 6~8% 정도다.

커피 CIO는 “최근처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리츠는 손실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부동산 대출채권 투자는 수익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리츠 시장은 고금리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표적 국내 리츠 지수인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지난 3개월간 20% 이상 떨어졌다. 코스피 하락 폭(12%)보다 컸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투자 회사들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 대출채권은 바로 그 이자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커피 CIO는 “상업용 부동산 채권은 대부분 변동 금리가 적용된다”며 “금리 인상기엔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투자 회사들이 이자를 못 내는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다면 채권도 위험해지는 것 아닐까. 커피 CIO는 “그럴 위험이 없진 않지만, 리츠 등 자본 투자보다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담보자산인 부동산이 매각되는 상황이 와도, 통상 매각 대금에서 대출채권이 다른 투자금보다 ‘선순위’로 보호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폭락하는 등 극단적 상황에선 대출채권도 손실을 피할 수는 없다. 커피 CIO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의 입지 조건과 사업 계획서를 살펴본 뒤 대출 규모와 수익률을 결정하는 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