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지난 1년간 20%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흥국 펀드 가운데 최근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원 가격이 급등하자 석탄·가스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활황을 맞은 덕분이다. 수익률 2위인 인도는 친(親)러시아 입장에서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집중 수입하며 경제를 방어했다. 에너지 값 상승으로 혜택을 보거나 피해를 최소화한 신흥국의 펀드가 수익을 많이 낸 것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인도네시아 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 1년 평균 수익률은 약 24%를 기록했다. 주요 신흥국 펀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1%)에 견줄 때 상당한 선전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관리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INDEX 인도네시아MSCI’의 1년 수익률은 31.7%, NH아문디 자산운용의 ‘인도네시아 포커스 펀드’는 23.1%였다.
◇세계 2위 석탄 수출국 印尼, 러 원유 ‘할인 구매’한 인도, 웃었다
인도네시아 펀드가 좋은 실적을 올린 배경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2위 석탄 수출국이다. 작년 8월 t당 150달러대였던 석탄 가격은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해 한때 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현재는 다소 내렸지만, 여전히 1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수출 효자 종목인 천연가스도 최근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이다.
에너지 수출국이기 때문에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인도네시아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한국(6.3%)이나 미국(9.1%·6월 기준)보다 낮았다. 비교적 낮은 물가 상승률 덕분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은 채 유지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투자 자금도 은행 예·적금으로 빠지지 않고 증시에 계속 몰렸다. 올 들어 인도네시아 증시 지수(IDX 종합지수)는 7.6% 상승했다.
인도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도 9.4%로 높았다. 인도는 인도네시아와 반대로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다. 원유 수입액이 세계 3위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우호국인 인도는, 에너지 가격이 올랐던 상반기에 서방국가가 수입을 금지한 러시아산 원유를 낮은 가격으로 대량 구매했다. BBC 등에 따르면 국제 유가보다 배럴당 30달러나 싸게 들여왔다.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인도는 14억이 넘는 인구로 내수 비율이 높아 글로벌 위기에 강하다”며 “약점이라고 할 만한 ‘에너지 의존’도 최근 값싼 원유 수입으로 돌파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고꾸라지면 수익률 꺾일 수도
반면 다른 신흥국 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대부분이었다. 러시아 펀드(-63.9%)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22.1%)은 미·중 관계 악화와 경기 둔화 우려로 부진했다. 작년 실적이 괜찮았던 베트남 펀드도 최근 글로벌 금리가 오르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1년 수익률은 -3.6%에 그쳤다. 브라질(-17%)은 원유 수출국으로 고유가 수혜를 보긴 했으나,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물가가 뛰고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등 기초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부진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인도네시아·인도 펀드의 수익률은 견조할까. 이미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와 같은 ‘에너지 특수’가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에너지뿐 아니라, 팜유·니켈·구리 등 곡물·원자재를 다양하게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경기 하강기를 거치며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다시 각광받을 수 있다. 최근 2분기 경제성장률 7.7%를 기록해 예상치를 웃돈 베트남이 다음 대안이 될 수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산업 기반이 탄탄한 베트남 증시가 올 상반기 충분히 조정됐다고 볼 경우,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 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염려로 하반기에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최근 달러화가 강세 국면인 만큼, 신흥국들이 달러로 표시된 부채를 갚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