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사업장의 모습./마이크론 제공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국내 반도체주 주가가 연이틀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추락하며 올 하반기 ‘반도체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국내외 시장에 울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5% 하락한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3%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6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19거래일 만이다.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이틀 동안 9만6300원에서 9만1800원으로 4.7% 떨어졌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흔들린 것은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2분기 실적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도전적 시장 환경으로 2분기 매출이 지난 6월의 전망치(68억~76억달러) 하단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매출과 이익이 순차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8일엔 엔비디아가 2분기 매출을 원래 전망치(81억달러)보다 낮은 67억달러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주가는 8~9일 이틀간 각각 10%, 5.3%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중국에서 코로나 봉쇄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닫혔다는 것이다. 또 최근 미국 상원에서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것도 악재가 됐다. 미국 법인세율은 21%지만 각종 감면 혜택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요 위축이 시차를 두고 반도체업계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내년 2분기까지는 반도체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