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 모습. 상장 당시 카카오페이는 증권가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주가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연합뉴스

지난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3곳 중 2곳꼴로 현재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가는 상장하려는 기업과 증권사가 기업 가치를 책정해 산정하는데,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설상가상 올해 들어 주식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공모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18일 본지가 한국거래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총 89곳이었다. 이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기업은 58곳(65%)이나 됐다.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절반 밑으로 떨어진 기업도 10곳(11%)에 달했다.

2021년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그야말로 활황이었다. 이 흐름을 타고 상장에 나선 기업들도 늘었는데, 작년 한 해 공모액은 19조7084억원으로 2020년(4조5426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증시 활황을 등에 업고 증권사들이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의 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기업 가치를 16조원으로 책정해 공모가를 9만원으로 정했다. 회사 측이 2021년을 흑자 전환 원년으로 제시하면서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후 한 달도 안 돼 24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에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6만8400원으로 떨어졌다.

반주일 상명대 교수는 “공모 가격이 높을수록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수수료를 더 받는 구조가 ‘공모가 뻥튀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은 부풀리기를 피할 예측 능력이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