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7월 말부터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공통적으로 ‘품질관리실’에서 일할 회계사를 뽑는다는 내용입니다. 품질관리실은 일반 회사로 치면 감사실 같은 곳입니다. 소속 회계사들이 일을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는 역할이죠.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품질관리 담당 회계사 구인난이 벌어진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17일 발표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회계법인별로 품질관리인력을 지금보다 1~4명 더 뽑도록 강화했는데, 문제는 마감 시한이었습니다. 당장 8월 말까지 한 달 반 내에 충원을 마쳐야 하는 것이죠. 만일 충원에 실패할 경우 회계법인들은 감사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예컨대 대기업을 감사하던 법인이 중소기업만 맡게 돼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죠.
회계법인들은 울상입니다. 한 중견 회계법인 회계사는 “동료 회계사를 감시하는 역할이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지는 직책”이라며 “국제 회계기준도 잘 알고 감사 업무를 오래 맡아온 회계사를 뽑아야 하는데 중소·중견 회계법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데려오기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법인 소속 인사 담당자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회계사를 데려와야 하는데 통상 이직 절차에만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며 “회계사가 귀해진 상황에서 한꺼번에 여러 회계법인들이 한 달 만에 품질관리 담당자를 충원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사람을 뽑을 경우 적합하지 않은 회계사를 무리하게 충원해 오히려 품질관리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한공회는 조만간 업계 의견을 모아 금융 당국에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잡은 금융위에 대해 ‘탁상행정’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융 당국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며 “업계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전달되면 기한 조정 등을 논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