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 시각) 독일 페터스하겐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전력 부족 우려가 나오자 그간 가동을 중단했던 화력발전소들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탄소 배출이 많아 ‘더러운 연료’로 홀대받던 석탄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석탄 가격이 사상 최고까지 오르고, 국내외 석탄주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30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석탄 가격인 호주 뉴캐슬항의 발전용 석탄 선물가는 이달 초 t당 393달러에서 지난 29일 423달러로 약 7% 상승했다. 지난 22일 기록한 446달러는 사상 최고치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석탄이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가격이 뛰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대폭 축소되자, 가스 가격은 지난 반년간 122% 폭등했다.

이런 상황이라 국내외 석탄 관련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 해외 탄광에 지분을 갖고 있는 LX인터내셔널은 지난 한 달간 주가가 3만1700원에서 4만2750원으로 약 35% 상승했다. 석탄 무역업을 하는 GS글로벌은 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6% 오른 것과 대비됐다. 미국의 대표적 석탄 발전 업체 피바디에너지 주가는 지난 한 달간 38% 올랐다. 호주의 자산운용사 쇼앤드파트너스의 피터 오코너 연구원은 최근 CNBC에 “‘더러운 석탄’이 작년과 올해 가장 수익성 있는 자산이 될 줄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했다.

◇ ‘더러운 연료’서 ‘귀한 몸’ 된 석탄, 소비량 9년래 최대치될 듯… 천연가스 대체재로 전세계서 수요 늘어

석탄가 상승은 지난 4월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영향도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석탄 수출국이다. 주요 공급원과의 거래가 차단되니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 가격이 그만큼 오르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탄 예상 소비량은 약 80억t으로 9년 전인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유럽에서 올 상반기에 소비한 전력용 석탄은 작년 상반기보다 16%나 증가했다.

◇ 국내 LX인터 등 관련株도 상승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가동이 중단됐던 석탄발전소들이 속속 운전을 재개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석탄 화력발전소 16곳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의 80%를 채우려는 계획이었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프랑스도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하헌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다가오는 겨울에 난방 등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석탄 가격의 상승세도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