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과도환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한 예대금리 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가 시작된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들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마련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이날부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은행별 예대금리 차를 확인할 수 있다./연합뉴스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가 예상보다 빨리 해제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은행주(株)들이 모처럼 웃었다. 5일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1% 오른 4만810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이날 0.2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KB금융은 장 초반에는 3.29% 상승한 4만87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지주(0.43%), 하나금융(0.93%), 우리금융(1.31%) 등 4대 금융지주도 모두 전날보다 올랐다.

은행주들의 약진은 전날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5일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규제 해제 조치는) 계속 그렇게 갈 수 없으니 한번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4대 금융지주 주가 모두 상승… 15억 대출 규제 완화 조치 단비 되겠지만

은행주들은 올 들어 유독 약세를 보여왔다. 6월 시작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에서도 업종 대표주인 KB금융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대출 이자는 은행의 주 수익원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금융 당국이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910조원)부터 줄기 시작해 지난 6월에는 905조원까지 떨어졌다. 주 수익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5억원 대출 규제 완화 조치는 일단 은행주들에 호재다. 앞서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 따르면, 가격·지역과 관계없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로 일괄 적용하는 시기는 내년으로 정해졌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 규제만 가격·지역과 관계없이 LTV 80%, 6억원 한도로 정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고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자 전면적인 대출 규제 완화 카드가 나온 것이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로 당장 주택 거래량이 살아난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39건으로 200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7월(4679건)과 비교하면 86%나 급감한 것이다. 작년 7월 연 2.81%에서 올해 7월에는 4.16%로 치솟은 은행 주담대 평균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4대 은행 주담대 최고 금리가 7%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규제로 줄어든 수익성 회복 관건

대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는 ‘대출 총량’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면, 올해는 그 대상이 ‘대출 금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상반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부터 예대금리 차 비교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17조1366억원으로 작년(14조8860억원)보다 15.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순이익 증가율이 2.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올해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ROE는 올해 10.08%에서 2년 뒤 9.32%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의 자본을 투입했다면 올해는 1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2년 뒤에는 9억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ROE도 향후 2년간 1%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나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 업종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