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6%인데 내 연봉은 그만큼 오를까. 연봉 인상률이 6% 이하라면 보이지 않는 손에 내 월급을 가로채인 셈인데. 내가 사둔 주식 종목은 파란 바다에서 몇 달째 잠수 중이고,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금리 때문에 아파트는 이제 영혼을 끌어모아도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멀어졌다. 밤이면 따뜻한 위로를 건네던 치킨도 황금 기름에 튀겨지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부자는 언감생심. 월급 적고 목돈 없는 2030세대는 한숨만 깊어진다.

‘김짠부 재테크’ 김지은./ 톱클래스

모든 게 평범한 김짠부의 상황도 비슷했다. 방송국 계약직 조연출로 일하며 받는 월급은 200만 원. 이는 먹고 노는 데 고스란히 탕진했다. 차라리 여행이라도 다녔으면 사진이라도 남았지, 새벽 다섯 시까지 술독에 빠져 찜질방에서 잠깐 눈 붙이고 아침 아홉 시 부랴부랴 출근하는 질 낮은 욜로였다. 이대로 살다간 골로 갈 것 같던 스물여섯 살, 서른 살이면 독립하라던 부모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진지하게 돈 모을 궁리를 했다. 빛나는 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다던데, 이러나저러나 믿을 건 자신뿐이었다. 그는 덜 쓰고 더 벌고 많이 모으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가계부 작성. 3개월 치 가계부를 모아두니 소비 패턴이 보였다. 항목별로 예산을 짜고 난 후 그에겐 허락된 건 월 35만 원. 나머지 금액은 모두 통장에 착실히 넣었다. 내친김에 고삐를 더 바짝 조이고 부수입을 늘리자 1년 6개월 후 통장 잔액은 5000만 원이 됐다. 스물여덟 살에는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김짠부는 소비를 줄이고 혜택을 키우는 절약 노하우를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에 공유하고 있다. 1억 원도 100원, 1000원부터 모인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달은 49만 명의 구독자가 짠돌이·짠순이의 삶을 함께하는 중이다. 가계부를 쓰고 절약하는 삶을 실천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기쁨은 덤이다. 짠테크는 평범한 김짠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월급 200만 원이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대부분 월급을 받고 현타를 느낀다는데 저축을 하나도 안 하면 200만 원도 쓸 만해요. 부모님 집에 살면서 교통비를 제외하고 거의 술 마시고 노는 데 썼는데 부족하진 않았어요. 저의 충격은 다른 데서 왔어요. 서른 살이 되면 독립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거든요. 스물여섯 살이 되니까 남은 4년이 엄청 빠듯하게 여겨지고 막막했어요. 집은 어떻게 구하는지도 모르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렇게 서른을 맞이할 수 없단 생각이 압박으로 작용했죠.”

월급을 받는 족족 유흥비로 모두 쓰다가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요.

“최대한 해보기로 한 거죠. 먼저 카드 사용 내역을 쭉 뽑아봤는데 대부분이 술값이었어요. 주 3~4회는 술 약속이 있었거든요. 예쁜 옷을 사 입고 화장하고 나가니 연쇄 소비가 일어났는데 술 약속만 안 잡아도 돈을 아낄 수 있겠더라고요. 모임을 끊어내는 게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 보니 참 잘한 일이에요. 아낀 돈으로 월 80만 원 적금에 가입했고요. 그러다 100만 원, 120만 원을 저금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커졌어요.”

80만 원이라면 월급의 40%를 저축한 셈인데요. 여기서 어떻게 더 줄일 수 있었나요.

“구독 서비스는 다 해지, 알뜰폰으로 바꾸고 무조건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있었는데 재테크 카페에 가입했더니 월급의 80%는 저축해야 인정받는 분위기더라고요. 이미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인 상태였는데. 부수입이 늘지 않으면 80% 저축은 답이 없겠더군요. 새로 일을 배워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보다 주말 출근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어 주말에 출근하면 수당을 더 받을 수 있었거든요. 주말 출근을 너무 싫어했는데 그때는 고마웠어요. 남는 시간에는 스마트스토어, 유튜브, 앱테크를 하며 적은 금액이지만 수입을 늘렸고요. 교통비, 통신요금을 합한 지출을 월 35만 원으로 만들고 그 외는 다 저금했더니 1년에 2000만 원을 모을 수 있었어요. 물론 부모님과 같이 산 덕분에 가능했지만 그때가 돈을 모을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해요. 자취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모님과 살 때 최대한 목돈을 마련하라고 권하는 이유고요.”

모든 일에는 관성이 작용하죠. 소비에는 가속이 붙기도 하고요. 관성과 가속을 거스르고 모든 소비를 한순간에 끊어낸 게 참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 끊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아마 서른 살에 내 집을 갖고 싶단 마음이 커서 그랬을 거예요. 제가 고졸인데 열 군데 넘게 원서를 넣어 한 곳에서만 연락이 왔어요. 그게 방송국 계약직 PD였고요.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나와 일에 경력이 쌓여가는 시기였는데 서른 살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것 같았어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확 끊을 수 있었나 봐요.”

지출은 어떻게 줄였나요?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집에서 먹으며 식비를 줄였지만 1일 1커피는 끊기 힘들더라고요. 방송국은 선배들이 사주는 문화가 강해서 많이 얻어먹기도 했지만, 혼자서는 편의점 얼음 커피나 카누를 많이 이용했어요. 또 팔라고, 니콘내콘, 일상카페 등에서 중고 기프티콘을 구입해 저렴하게 마셨고요. 편의점도 거의 끊었어요.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편의점이 세 개나 있는데 저도 모르게 들러 습관적으로 뭘 먹고 있더라고요. 간혹 2+1 행사하는 상품이 있으면 편의점 앱에 보관해 꺼내 먹는 정도? 교통비, 통신비, 간식비, 데이트 등의 예산을 월 35만 원에 맞춰 짜뒀기 때문에 순간순간 올라오는 충동을 누르는 게 중요했죠.”

옷도 사고 친구들과 놀면서 하고 싶은 게 많은 20대인데 잘 이겨냈네요.

“미니멀 라이프를 같이 도전한 게 도움이 됐어요. 옷을 안 사는 방법은 옷 정리를 하는 건데요, 정리하면서 충격받았어요. 라이더 재킷이 없는 줄 알고 또 산 거 있죠. 어떻게 라이더 재킷처럼 티 나는 외투를 까먹었지, 하면서 모든 옷을 꺼내 6개월 이상 안 입은 건 다 버렸어요.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샀다고?’ ‘이렇게 사두고 안 입는다고?’ 하는 생각이 드니 나중에는 물건이 생기는 자체가 싫더라고요. 정말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당근마켓을 뒤졌어요.”

자취할 때는 상황이 좀 다르잖아요.

“자취할 때는 식단표를 만들어 먹어야 해요. 안 그러면 충동성이 커져요. 배고픈데 조리할 시간이 어딨어요. 거의 배달 음식이죠. 요즘은 배달도 최소 주문이 1만 5000원은 돼야 가능한데 차라리 마켓컬리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게 나요. 마켓컬리도 재래시장이나 대형 마트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배달 두세 번보다 저렴하거든요. 혹은 코스트코에서 조리용 볶음밥을 사서 소분해둬도 돼요. 최소한 이날 뭘 먹겠다만 정해놔도 냉장고에서 썩는 음식 없이 절약할 수 있어요.”

가계부 쓰기를 권하죠? 저도 가계부를 쓰고 있지만 단순한 기록에 불과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가계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앱, 수기 중 편한 방식을 이용하세요. 가계부는 기록을 넘어 카테고리에 맞게 남기는 게 중요해요. 가계부 앱에는 항목별 지출을 보여주는 통계 기능이 있잖아요. 매월 중순부터는 항목을 보면서 ‘내가 이 부분을 많이 썼네’ 싶으면 그 부분을 줄이는 거죠. 가령 식비는 외식과 카테고리를 구분해야 돼요. 편의점에서 햇반과 아이스크림을 샀다면 편의점으로 묶어 쓰는 게 아니라 햇반은 식비, 아이스크림은 간식 항목으로 적어요. 세세하게 결산하고 반성하려고 카테고리를 나누는 거니까요.”

소비를 줄이는 데 가계부 쓰기가 왜 중요한가요?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으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가계부를 써야 하는 거죠. 지출은 고정·변동·누수로 나눠 접근하고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은 누수예요. 길을 지나다 예쁜 옷을 보고 충동적으로 사는 건 누수 소비죠. 변동 지출은 OTT 구독료, 친구와의 약속, 데이트 비용, 경조사비 등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인데 저는 식비도 변동으로 넣어 조절했어요. 식비를 고정에 넣으면 마음이 푸근해져 많이 쓸까 봐. 고정 지출은 삶과 연결된 것, 월세·통신비·전기료·수도요금 등이 해당해요. 고정 지출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50만 원? 70만 원?’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정 지출 폭이 그렇게 크면 안 돼요. 고정은 말 그대로 고정이니까 예산의 중심축이에요. 제일 마지막에 줄이는 부분이고요. 내 재정 상태를 안다는 건 엄청난 안정감을 가져와요. 저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 시도 때도 없이 불안이 밀려왔는데 가계부를 쓰면서 불안함이 많이 줄었어요. 월 35만 원을 쓰며 1년에 500만 원이면 살 수 있겠구나, 싶으니까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죠.”

‘김짠부 재테크’ 김지은./ 톱클래스


2022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이 약 191만 원이에요. 저축과 소비 비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자취를 안 한다면 월급의 80%를 저축 목표로 삼고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종잣돈이 모일 때까지는 무언가를 안 하는 게 중요해요. 선저축 후소비로 정하고 안 쓸 생각을 하는 거죠. 초기 목표 금액은 2000만 원을 권해요. 2000만 원을 모으면 5000만 원을 모으고 싶고, 1억 원을 모으고 싶을 거예요.”

아… 쓸 생각을 말아야 하는군요. 재정 고민 상담도 많이 받을 텐데 어떤 영역의 지출이 크던가요?

“가지각색인데 주거비용이 제일 크죠. 그래서 최대한 전세부터 알아보라고 해요. 제가 자취할 때 청년전세자금대출 이율이 1.8%였어요. 매월 이자 10만 원을 내는 동안 다른 세입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을 내고 있더라고요. 50만 원 차이죠. 청년 대상 대출 이율은 지금도 크게 오르지 않았어요. 부모님 용돈을 드리는 사례도 많은데 이건 참 어렵죠. 매달 드리기보다 1년 치 모아 100~200만 원을 드리거나 부모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법도 괜찮아요.”

소비를 누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지 않죠. SNS를 보면 나만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제가 1000만 원 모았을 즈음, 친구가 물려받은 아파트가 있다며 재산세 얘기를 꺼냈어요. 자랑이 아니라 고민을 털어놓은 건데 그날 전 집에 가서 울었습니다. 다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비교는 많이 찾아오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100만 원을 모으면 1000만 원, 1억 원 모은 사람이 보일 텐데 그때마다 흔들리면 끝까지 못 갈 것 같더군요. 그때부터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고 나보다 뒤에 있는 사람을 보며 안심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죠. 대신 나만의 꿈을 정하고 큰 그림을 그렸어요. 서른 살에 내 집 마련, 3N 살에 부모님 집 마련 같은.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의 상황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돼요.”

절약 노하우와 함께 소소하게라도 부수입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앱테크를 권해요. 앱으로 돈 버는 걸 앱테크라고 하는데 많으면 하루 100원 넘게 벌어요. 티끌 모아 티끌이고 돈보다 시간이 더 든다는 지적도 있지만 앱테크를 하면 10원의 귀함을 알게 돼요. 10원씩 벌다 보면 1500원짜리 과자를 먹기 위해 150일을 모아야 한다는 걸 따지게 되죠. 1억 원도 100원, 1000원부터 모으는 거잖아요. 또 쿠팡이츠 배달을 추천해요.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해도 월 50만 원은 벌 수 있어요.”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김짠부의 그 책은 가계부가 아닐까. 가계부를 쓰며 소비 패턴을 바꿨고 스물여덟 살에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를 갖게 됐다. 불안정한 직장인 대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유튜버로 새 삶을 시작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의 수단이 돈이라면,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를 시도하고 가계부를 써봄 직하지 않나. 설령 실패해도 본전이다. 꼭 20대가 아니어도 된다. 늦은 때는 없다. “돈의 나이는 짠테크를 시작하는 순간 비로소 한 살”이라는 김짠부의 말처럼.

◇ 소비 디톡스 실천하는 가계부 작성법

가계부는 기록이다. 내 통장을 드나든 돈의 흔적만 남는 게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따라 지른 아이템, 필요보다 광고에 현혹돼 구매한 예쁜 쓰레기, 만들어 먹는 게 빠른데도 배달 음식을 시킨 나태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짠테크로 돈 모으는 첫 과정은 ‘내 돈 어떤 내가 썼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 답은 가계부가 말해준다. 소비 디톡스를 원한다면 가계부부터 착실하게 써보자.

1. 그때그때 쓰기

하루만 지나도 어제 뭘 샀는지 기억이 아득하다. 카드사에서 온 ‘편의점 5000원’이란 내역을 봐도 마찬가지다. 당일도 늦다. 카드를 긁으면 바로 가계부 앱을 켠다. 영수증을 꺼내두고 항목별로 얼마를 썼는지 세세하게 기록하자.

2. 카테고리 잘 나누기

가계부의 목적은 소비를 돌아보고 통제하는 데 있다. 정확한 결산을 위해서는 소비 내역을 카테고리별로 잘 구분해둬야 한다. 혼자 커피를 마셨다면 ‘카페’, 데이트를 하며 커피를 마셨다면 ‘데이트’ 카테고리에 넣자. 똑같은 커피라도 성격이 다른 셈. 카테고리를 세부적으로 잘 나눠둬야 결산 시 어떤 항목의 소비를 줄여야 할지도 보인다. 가계부 앱에 기본적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지만 각자의 편의대로 재구성하길 권한다.

3. 반성하고 예산 짜기

가계부를 쓰면 소비 패턴이 한눈에 보인다. 그달의 소비 중 고정·변동·누수 지출을 파악해보자. 변동·누수 지출에서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이 썼지?’ ‘굳이 사야 했나?’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비가 보일 것이다. 이제 반성의 시간이다.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조정하며 다음 달 예산을 짜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산을 잘할수록 더 정밀한 예산 수립이 가능하다.

◇김짠부

본명 김지은. 월급 200만 원을 받으면 족족 다 쓰는 욜로족에 가까웠다. 내 집 마련이란 꿈을 가진 후부터 짠테크를 시작해 월급의 80%를 저축, 1년 6개월 만에 5000만 원을 모았고, 스물여덟 살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유튜브 채널 〈김짠부 재테크〉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는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더 버는 내가 되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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