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내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핵심 계열사들의 올해 주가 수익률이 시총 2위 기업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각 대기업그룹의 ‘맏형’ 격인 핵심 기업에 투자했지만, 증시 하락장 속에서는 대형주들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형님주(株)들의 배신’이었다.

◇삼바 10% 떨어질 때 삼성전자 29% 급락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내 시총 2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0만3000원(작년 말)에서 81만원(9월 8일)으로 10.3% 떨어지는 데 그쳤다. 2차전지 관련주인 삼성SDI는 12.8% 하락했고,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자체 사업도 선방한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률은 2.5%에 불과했다.

SK그룹의 대장주 SK하이닉스 주가도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9만400원으로 작년 말(13만1000원)과 비교해 31%나 떨어졌다. 그룹 내 시총 2위인 SK이노베이션(-20.5%)이나 지주사 SK(-12.5%), SK텔레콤(-10.4%) 주가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이 3분기에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년 1분기까지 가격 하락세가 가파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박스권에서 맴돌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27일 상장하자마자 코스피 시총 2위 기업으로 뛰어오른 LG그룹의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선방한 종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3.7%) 역시 그룹 내 시총 2위 기업이자 모회사인 LG화학(4.7%) 수익률에는 못 미쳤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 시총 1위 현대차는 올해 들어 주가가 4.3%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시총 2위 기아는 1.6% 떨어졌다. 롯데그룹은 시총 1위 롯데케미칼이 18.9% 떨어지는 동안 시총 2위 롯데지주 주가는 오히려 36.8%나 상승했다.

◇하락장서 대기업 그룹 ETF 수익률 선방

지금처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마무리되고 다시 증시 하락세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각 대기업그룹 핵심 계열사 대신 전체 그룹 계열사에 골고루 투자하는 ‘그룹ETF’도 눈여겨볼 만하다. 증시 하락 폭이 컸던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룹ETF’는 개별 기업 주가보다 하락세가 덜했기 때문이다.

현재 ETF 형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그룹은 삼성, LG, 현대차 등 세 곳이다. 미래에셋의 대기업그룹ETF를 기준으로 주가를 보면, 올해 상반기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는 주가가 1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7.2%나 떨어졌다. 삼성SDI 주가 수익률도 -18.8%로 그룹주 ETF 수익률을 밑돌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TIGER현대차그룹펀더멘털’도 핵심 계열사와 비교해 수익률 방어에 성공한 편이다. 이 ETF는 올해 상반기 주가가 12.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 주가는 13.6% 떨어졌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21.8% 하락했다. ‘TIGER LG그룹펀더멘털’은 상반기에 주가가 20.6% 하락했는데, LG그룹 시총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말 상장한 후 6월말까지 떨어진 하락률(-26.5%)보다는 나은 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