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뉴스1

올해 초부터 시작된 증시 하락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주 뿐만 아니라 대기업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작년까지만해도 한 주당 10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십만전자’를 꿈꾸던 국내 시총 1위 주식인 삼성전자는 이제 ‘5만전자’로 내려 앉았다. 이렇게 대형주도 버티지 못하는 증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어디일까.

은행 예·적금이나 채권처럼 아예 다른 투자자산으로 옮길 생각이 없는 투자자라면, 같은 대기업 그룹에 속해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눈여겨볼 만하다. 상대적으로 하락장속에서 ‘그룹ETF’는 개별 기업 주가보다 하락세가 덜했기 때문이다.

우선 ETF 형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그룹은 삼성, LG, 현대차 등 세 곳이다. 미래에셋의 대기업그룹ETF를 기준으로 주가를 보면, 올해 상반기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는 주가가 1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7.2%나 떨어졌다. 2차전지 관련주(株)로 분류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삼성SDI 주가 수익률도 -18.8%로 그룹주 ETF 수익률을 밑돌았다. 다만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주가가 3.4% 올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5% 떨어지는 데 그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투자하고 있는 ‘TIGER현대차그룹펀더멘털’도 핵심 계열사와 비교해 상반기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이 ETF는 올해 상반기 주가가 12.1%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 주가는 13.6% 떨어졌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21.8% 하락했다.

다만 반등장에서는 그룹ETF 수익률은 대체로 핵심 계열사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TIGER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6.8%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10.3%)와 현대차(10.8%) 수익률을 밑돈다. ‘TIGER LG그룹펀더멘털’ 역시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5.6% 상승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각각 31.1%, 24.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ETF가 빛을 발할 때는 그룹 계열사간 합병이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때다. 이럴때는 기업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이 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엔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회사를 만든 회사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LG화학 주가는 하락한 반면, LG화학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시총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최대한 피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곳이 그룹ETF”라며 “전반적인 증시 하락장 속에서 대기업에 투자할 때 그룹 ETF 활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