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0.9원)보다 2.8원 상승한 1393.7원에 마감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오는 30일(한국시각)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지 첫 윤곽이 가려진다. 이 지수에 편입되면 최대 97조원의 해외 투자 자금이 한국 채권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 채권 외국인 보유액(8월 231조82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45%)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른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산하로 주가지수 등을 산출하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30일 한국의 WGBI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 여부를 발표한다.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지수로 미국·일본·영국 등 23개 주요국 국채를 포함해 ‘선진국 국채클럽’으로 불린다. 이 지수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자금 규모만 2조5000억달러(약 3478조원)에 달한다.

러셀그룹은 특정국 투자 환경 등을 평가해 매년 3·9월 워치리스트를 발표한다. 이후 실제 제도 운용 현황 등을 점검해 이듬해 9월 연례심사에서 최종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이미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달러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등 정량조건은 달성했다. 문제는 외국인이 얼마나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정성조건이다.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없는 시장 환경(레벨2)을 만들어야 낙점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은 ‘일부 제한이 있는 상태’(레벨1)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레벨2로 승급되기 위해 올해 세법을 고쳐 외국인의 국고채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세율 14%)을 면제하고, 외국인 전용 계좌(국채통합계좌)를 만들어 보다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외국인 채권 투자에 과세하지 않는다. 일본·호주·싱가포르·중국은 채권 비과세 조치를 단행해 WGBI에 편입됐다.

기재부는 16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여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이르면 이달 중 외환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하고 해외기관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 비과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등재 여부를 현재 확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라 불확실성이 남은 점이 걸림으로 지적된다.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 국내 채권값이 오르며(채권금리는 하락) 갚아야 할 이자가 낮아지는 효과도 생긴다. 한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WGBI에 편입되면 50조~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간 5000억원~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WGBI 편입 후 한국 비중이 2.3%로 12~18개월간 580억~700억달러(80조~97조원)가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WGBI 최종 편입은 내년 9월 결정되지만 워치리스트에만 올라도 투자 심리 개선으로 환율이 안정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