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한국에서 영업하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이 만일 한국 증시에 상장됐다면 주가는 어느 정도로 인정받았을까. 현재 나스닥에서 쿠팡 주가는 18달러(약 2만5000원) 수준인데, 한국 증시에 있었다면 9달러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에 의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각 회사나 업종에 따라 디스카운트 수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한국 증시는 선진국 대비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69% 수준으로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며 “세계 최저 수준의 배당 성향과 소액주주 보호에 미흡한 기업 지배 구조 취약성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국 PBR, 45국 중 41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수익성이나 자산 가치가 유사한 외국 기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현상을 말한다. 김준석 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시점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나타났고, 의료 섹터를 제외한 모든 섹터에서 관찰됐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10년간 45국의 3만2428개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수준을 산출했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눠서 구한다. 예컨대 A기업의 순자산이 100억원이고, 시가총액이 200억원이라면 이 회사의 PBR은 2가 된다. 통상 순자산은 기업이 청산될 때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기 때문에 PBR이 1에 못 미치면 주가는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2012~2021년까지 10년간 주가를 분석한 결과 한국 증시의 PBR은 1.163으로 청산 가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45국 중 41위로 최하위권이고, 한국보다 PBR이 낮은 곳은 그리스(1.128), 폴란드(1.068), 루마니아(0.833), 러시아(0.817)에 불과했다. 덴마크(3.359)를 비롯해 미국(3.098), 스위스(2.799), 인도(2.491) 등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2.237), 베트남(2.140), 태국(2.062), 필리핀(2.047), 대만(1.935), 일본(1.437) 등 분석 대상이 된 모든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보다 PBR이 높았다.

◇“소액주주 홀대 분위기 때문”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 것은 북한의 위협 등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액주주를 홀대하는 분위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상장사의 이익이 배당을 통해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분배되지 않고 지배주주에게 주로 귀속된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지배주주는 고액의 보수, 개인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간 불공정한 합병 비율, 횡령·배임을 통한 비자금 형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의 지분 비율을 초과해 이익을 편취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낮은 배당 성향 등 미흡한 주주 환원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4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 성향은 분석 대상 45국 중 최하위였다. 이어 국내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36%), 소액주주 보호에 취약한 기업 지배 구조(14%) 순이었다.

그 밖에 회계 불투명성과 단기 투자 성향, 기관 투자자 기반 부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 비율은 1999년 18.9%, 2004년 40.1%, 2022년 7월 26.4%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시장에 대한 과도한 접근성 제한과 예측하기 어려운 규제 방향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배 구조가 불투명하고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더 건강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정부도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제적 정합성과 맞지 않는 규제나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