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9.05포인트(0.79%) 하락한 2381.78을, 달러·원 환율은 5.7원 하락한 1388.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글로벌 강(强)달러 여파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돈을 달러로 환산할 때 환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1892조3866억원) 중 외국인 비율은 30.36%다. 2009년 7월 24일(30.36%) 이후 13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비율은 2019년 말 38.15%에서 2020년 말 36.50%, 2021년 말 33.53%로 조금씩 줄었다. 그런데 올해는 8개월여 만에 비율이 3%포인트 넘게 줄면서 30%선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외국인 비율이 2009년 7월 13일(29.92%) 이후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역대 강달러 시기마다 단기자금이 유입된 국가들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는 금융불안이 반복됐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금 유입이 집중된 아시아, 유럽 지역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약세와 강달러 현상에 7~8월 두 달간 미국 주식 순매도에 나섰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미국 주식 ‘사자’로 돌아선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억3957만달러(약 19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겹쳐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매수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입은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아직도 높고 달러 예금 사재기까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와 무관한 자본 유출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