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사상 최고 수준의 달러 강세 현상이 계속되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92 포인트(0.13%) 상승한 2223.86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5.74 포인트(0.83%) 상승한 698.11, 원·달러환율은 9.8원 하락한 1,421.5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22.9.27/뉴스1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355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4854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판 것이 산 것보다 많음)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에 한국 주식을 계속 팔았지만, 7월과 8월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2조3168억원, 3조6481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다 9월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 0.75% 인상)을 전후해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의 비율은 30.68%로,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 2월에는 외국인 비율이 39.28%였는데, 2년 반 만에 9%포인트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외국인 매도 여파로 27일 코스피는 한때 2년 2개월 만에 2200선 밑으로 밀렸다가 결국 전날보다 0.13% 오른 2223.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대만에서 유출된 글로벌 펀드 자금은 440억달러에 달했다. 137억달러가 빠져나간 한국보다 유출 규모가 3배 넘게 큰 것이다. 인도에서도 올 들어 200억달러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대만은 전 세계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올해에도 물가상승률이 2~3%대로 안정돼 있어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만의 기준금리가 연 1.625%로 미국(3~3.25%)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를 좁히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대만 같은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인상과 아파트 값 하락세 확대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9포인트 하락한 67로 집계돼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1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낮으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