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동운

지금처럼 금리가 급등하기 전인 2020~2021년, 연 1~2%대 표면 이율(액면 금리)로 발행됐던 저(低)쿠폰 채권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절세(節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채권 세금은 표면 금리를 기준으로 매겨진다는 점을 노린 투자법이다. 최근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 이자율 상승)하면서 이 채권들을 지금 사들여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률은 연 4~5%대를 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은 액면 금리에 맞춰 적게 낸다. 예컨대, 약정이자율 4%짜리 은행 예금은 4% 이자 전액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표이율이 1%인 채권은 실제 수익이 4~5% 발생해도 1%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는 저쿠폰채

특히 최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돼 저쿠폰채를 찾는 투자자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돈을 은행 정기예금 대신 저쿠폰채에 투자하면 과세 소득 자체가 줄어들어 추가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되거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업주부인 A씨는 그간 남편 건강보험에 피부양자 자격으로 등재돼 있었다. 다른 소득 없이 예금 등 금융자산을 굴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소득이 늘어난 데다, 9월 1일 자로 건보료 부과 체계까지 개편돼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새로운 건보료 부과 체계에 따르면,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 종합과세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3400만원 이하’가 기준이었다. 합산 소득에는 이자·배당소득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수령액 등도 포함된다.

A씨 명의로 된 예·적금은 현재 약 5억원. 최근 은행 최고 이자율 4%를 대입하면 과세 대상 소득이 2000만원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이 경우 20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세(15.4%·308만원)에 지역가입자로서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재산세 과표 기준 6억원 가정 시 연 384만원)까지 총 692만원을 내야 한다. 이자소득세와 건보료를 차감한 뒤 실질 수익률은 2.6%에 그친다.

◇건강보험 피부양자에게도 유리

실제 A씨가 4%짜리 예금 대신 표면 금리 1%짜리 채권에 투자할 경우, 과세 소득이 5억원에 대한 1%인 500만원으로 줄어 일단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자소득세는 과세 소득 500만원에 대한 15.4%(77만원)만 내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원금 5억원에 대한 세후 투자 수익률은 3.8%로 뛴다. 2020년 말 발행된 국고00875-2312(20-8) 채권의 경우, 표면 금리가 연 0.875%인데, 최근 시장가격을 반영한 실질 금리는 3일 기준 연 4.15%에 달한다. 지난해 발행된 표면 금리 0.125%짜리 미국 국채도 2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절세가 목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종목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것이다.

김예나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세무사)은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도 최근 금리가 뛰면서 추가 금융소득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발행 금리가 1%대로 낮은 국고채 등 저쿠폰채가 올해 9월 말까지 3조3000억원어치 팔려나갔다. 작년 같은 기간의 6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