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제약사를 포함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1년간(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헬스케어주는 경기 침체기에도 적은 낙폭을 보이는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제약주가 거래 재개되면서 헬스케어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제약사 줄줄이 52주 신고가 경신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 업체 등이 포함된 S&P500 헬스케어지수는 최근 한 달간 상승세다. 이 지수는 지난달 23일 1433.67에서 지난 25일 1502.28로 4.7% 상승했다. 이 기간 S&P500 지수가 2.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더 컸다.
지난 24일 뉴욕 증시에서는 52주 신고가 경신 종목에 제약·바이오주가 다수 포진했다. 이날 지속형 당뇨병 주사제로 유명한 일라이릴리가 2.1% 상승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고, 머크사가 1.8% 오르며 1978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버텍스 파머슈티컬 (+3.5%), 암젠(+3.7%) 등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버텍스파머슈티컬이 39%, 일라이릴리가 28% 상승하는 등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이들 제약사는 경기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요가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어 성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라이릴리와 암젠은 비만 치료제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머크는 모더나와 협력해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 중이다. 버텍스 파머슈티컬은 희소병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변동성 장세에 대응할 수 있는 종목으로 안정적인 배당주와 함께 헬스케어주를 꼽았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주식전략 책임자는 미 경제매체 CNBC에 “최근 경기 침체기마다 헬스케어 관련 종목 수익률이 필수 소비재에 이어 가장 적은 낙폭을 보였다”며 “지난 6차례의 경기 침체기에서 헬스케어 종목들의 EPS(주당순이익)는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주도 살아날까
국내 증시에서도 지난주 신라젠에 이어 코오롱티슈진이 지난 25일 거래 재개되면서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3년 5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된 코오롱티슈진은 25일 거래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1만6050원에서 2만850원으로 4800원(29.91%) 급등하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골관절염 신약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이 공표된 것과 다르다는 논란이 나오며 거래가 정지됐었다.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2년 5개월 동안 거래가 정지되어 있었던 신라젠도 지난 13일 거래 재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경신하며 주가가 60%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신라젠이 거래 재개 나흘째부터 주가가 10% 이상씩 급락하며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티슈진도 26일 9.5% 하락한 1만8850원으로 마감해 우려도 따른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국내 바이오·제약주의 향방이 실적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DB금융투자는 26일 SK바이오팜을 제외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해 하반기 매출액이 26.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꾸준히 나오는 코로나 확진자와 의약품 수요 증가, 제약사의 대면 영업 활동 정상화에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바이오 기업들이 부진한 주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이익 고성장이 예상되고, 연구 개발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2024년부터 본격 성장 사이클 진입 전망
국내 바이오제약 업종은 오는 2024년부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0년대가 국내 의약품 시장 성장에 힘입은 첫 번째 성장 사이클, 2013~2021년이 연구 개발 능력이 성장하는 두 번째 성장 사이클이었다면 2024년에는 지난 10년간의 연구 개발 능력이 숫자로 확인되는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은 도약을 위해 전략과 전력을 가다듬는 시기”라며 “단기적 투자보다는 기업의 가치 성장이 우상향 추세에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