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조선일보DB

증권사 시장점유율 10위권 밖인 메리츠증권이 3분기에 순이익 업계 1위를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주식 거래 급감과 채권 투자 손실 등으로 작년의 반 토막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메리츠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2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들어 3분기까지 메리츠증권의 누적 순이익이 65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영업이익도 7.7% 늘어난 8234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대형 증권사는 대체로 3분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50~70%가량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아직 3분기 실적을 내놓지 않은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마저 메리츠증권보다 적은 순이익을 냈으리라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알렉산더 희문 최(최희문 대표)가 얄밉게 경영을 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채권 비율을 줄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적인 최희문(최알렉산더희문)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 출신으로 뱅커스트러스트 부사장, 골드만삭스 상무 등을 지냈다.

메리츠가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메리츠가 이 부문에서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의 95%가 선순위 대출이고, LTV(담보대출비율)도 평균 50% 수준이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