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주희

삼성전자나 애플 등 주식 한 종목에만 집중 투자하면서도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최초로 출시된다. 지금까지 국내 ETF는 10종 이상의 주식을 담아야 했는데, 관련 규정 완화로 주식은 한 종목만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우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 등 4개 자산운용사는 이달 중 ‘단일 주식 종목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자산운용이 출시를 앞둔 상품은 자산의 30%를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국내 채권으로 채운다. 삼성전자 비율이 30%에 그치지만, 채권 가격은 크게 변동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삼성전자의 주가를 추종하게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테슬라), 한화자산운용(애플), 한국투자신탁운용(엔비디아) 등 자산운용사별로 집중하는 종목이 다르다.

단일 주식 종목 ETF 출시는 최근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가능해졌다. 기존엔 주식·채권이 모두 들어간 혼합형 ETF의 경우 주식과 채권을 각각 10종 이상씩 담아 총 20종 이상으로 구성해야 했다. 이것이 ‘주식 채권 구분 없이’ 총 10종 이상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주식을 1종만 담고, 나머지 9종을 채권으로 메운 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ETF는 퇴직연금 투자에 활용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퇴직연금은 반드시 30% 이상을 ‘안전자산(주식 비율이 40% 이하인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단일 주식 종목 ETF는 주식 비율이 30%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면서도 그 30%의 전부를 삼성전자 등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요 주식 종목 투자를 최대한 늘리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것이다. 회사가 자금을 운용하는 DB(확정급여)형이 아니라 개인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DC(확정기여)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가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단일 주식 종목에 집중하므로, ETF의 장점인 ‘분산 투자’ 효과는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ETF보다 삼성전자·테슬라 등 특정 종목의 급등락에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