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중단을 논의하기엔 이르다. 충분히 긴축하지 못하거나 너무 빨리 긴축을 되돌리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최종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이전보다 늦추겠지만, 높은 금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해 금리 상단을 4%로 끌어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내년 초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금리 수준이 최대 5.5%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이번 11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회의 결과는 매파(hawkish·통화긴축 선호)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종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보다 최종 금리수준(how high)과 지속기간(how long)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연준은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9월 점도표를 통해 내년 미국의 최종금리를 4.6%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FOMC 정책결정문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여지를 제시했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을 일축하고, 내년까지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들어 연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인상폭은 12월 회의부터 0.5%p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씨티그룹은 “파월 의장이 과소긴축(under-tighten)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긴축(overtighten)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최종금리가 점도표에서 예상하는 4.5~4.75%(중간값)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씨티그룹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고, 차례로 내년 2월에 0.5%p, 3월 0.25%p, 5월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금리 수준은 5.25~5.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정책결정문에서 다음 금리인상폭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혀 금리인상 중단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했으나,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의 발언으로 관련 기대가 되돌려졌다”면서 “12월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JP모건 역시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라고 봤다. JP모건은 “연준이 내년 1월 금리를 0.25%p 올린 뒤 멈출 것으로 전망하지만,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을 경우 중단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12월에 0.5%p, 내년 2월에 0.25p 금리인상을 전망한다”며 “다만 고용 및 물가 등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누적 긴축효과와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결정문 내용을 감안할 때 12월 금리인상 속도는 0.5%p로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ING는 “연준은 이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다음 인상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시장은 금리 인상 속도 전망은 낮췄지만, 금리인상 기간은 길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3.0~3.75%에서 3.75~4.0%로 상승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3%)보다 0.75~1.0%p 높아지면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폭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