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건지 유예된다는 건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증권사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이런 고민을 토로합니다. 내년 초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비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이 만들어졌고,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여당은 ‘시행 시기를 2년 더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코스피가 20% 이상 폭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안 좋은데 금투세까지 도입되면 증시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증권가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장 변동성이 큰데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변화하는 건 때가 아니다”라며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 유예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주식으로 1년에 5000만원 이상 버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한데, 이들에 대한 세금 부과를 유예하는 것은 ‘부자 감세’란 논리입니다.
금투세 유예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두 달 뒤 그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투세 유예에 대한 정부와 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증권사와 투자자가 겪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만약 금투세가 시행되면 증권사 입장에선 고객의 예상 세액 등을 계산하는 각종 전산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투세 도입 여부에 따라 투자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이 ‘유예’ 입장이라 관련 전산 구축 작업을 멈추고 있었는데, 이제 시행이 코앞에 다가오자 다시 눈치를 보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행이든 유예든 하나를 정해줘야지, 우왕좌왕 불확실성 때문에 입는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여야의 입장 충돌 속에 여의도 증권사들과 개미들만 고민이 깊어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