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채 시장을 통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려던 일부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연합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 불발 여파가 여타 코리안 페이퍼(Korean Paper·한국물)에 미치기 시작했다. 코리안 페이퍼는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관련 증권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로, 한국인(정부·금융기관·기업)이 해외에서 외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든 형태의 증권을 말한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8월 조기 상환일이 도래하는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지난 4일 기준으로 1주일 전보다 8.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내년 10월 조기 상환일을 맞는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11.1%, 2025년 9월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37.2%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일주일 사이 28%가량 하락했다. 가뜩이나 해외 시장도 금리 급등에다 연말 장부 결산(북 클로징)이 겹치면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관례처럼 해오던 조기 상환 미실시로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5억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5년째를 맞은 흥국생명은 이달 중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려 했지만, 조기상환을 위한 신규 조달 금리가 10% 이상으로 치솟자 금리를 2.2%포인트가량 더 얹어주는 선에서 6개월 뒤 상환을 약속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흥국생명 사태로 한국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윤 S&P 글로벌 이사는 “금리 상승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한국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과 차환을 통한 조달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는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1월부로 적용되는 새로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