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과 공식 환영 행사가 열린 대통령 청사로 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터키를 방문한 것은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살해된 이후 처음이다. /AFP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 일정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사우디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와 관련됐다는 종목들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이른바 ‘네옴시티 관련주’로 꼽히는 토목업체 도화엔지니어링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8% 오른 1만850원에 마감됐다. 이날 장 초반엔 12%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역시 네옴시티 관련주로 분류되는 건설업체 코오롱글로벌도 이날 장 초반 10% 이상 상승했다가 내렸다.

이는 앞서 이날 개장 전에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오는 17일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오는 2030년까지 700조원 가량을 들여 북서부 홍해 인근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한국 건설·토목기업의 네옴시티 사업 수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에도 빈살만 왕세자가 이달 방한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일과 다음날 이틀에 걸쳐 도화엔지니어링 주가는 22%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미글로벌(+7%), 세아베스틸지주(+5%)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달엔 빈살만 방한이 무산되거나 연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주들은 급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수주 실적 없이, 단순히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 여부를 가지고 호재로 보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소식에 일부 종목이 뜨고 지는 것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네옴시티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들도 잘 구분해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제로 네옴시티 사업을 수주한 국내 기업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한미글로벌 정도다. 나머지 종목들은 과거 사우디 건설 사업 경험이 있다거나 사우디 회사와 합작을 하는 등 간접적인 연관성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 공시 등으로 네옴시티 사업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3사보다, 오히려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은 중소주들이 빈살만 왕세자 방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투자시 구체적인 수주 가능성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