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사고팔 때 0.1주나 0.5주처럼 1주 미만으로 쪼개서 거래하는 ‘소수점 주식 거래’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자산이 적은 2030들이 1주당 주가가 수십만 원대로 비싼 고가(高價) 주식을 소수점 거래로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매달 소액이라도 일정한 금액을 우량주에 차곡차곡 투자하려는 젊은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14일 KB증권에 따르면, 소수점 주식 거래가 국내에 도입된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한 달여간 KB증권을 통해 소수점 거래를 한 고객 2만372명 가운데 9079명(약 45%)이 30대 이하 투자자였다. 같은 기간 소수점 거래가 아닌 일반 거래 투자자에서 30대 이하 비율(32%)보다 훨씬 높았다.

◇100만원 육박하는 삼바 주식, 1만원으로 쪼개 살 수 있어

주식 소수점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1주 미만’으로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증권사가 소수 주식을 모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그에 대한 수익증권을 발행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증권사 고객 A씨가 특정 종목 주식을 0.5주 구매할 경우, 해당 증권사는 여기에 0.5주를 더해 온주(완전한 한 주)를 만든 뒤 온주를 예탁원에 맡긴다. 그러면 예탁원은 이에 대한 수익증권을 발행해 증권사를 통해 A씨에게 0.5주만큼 분배하는 것이다. 주식을 팔 때는 반대로 진행된다.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현재 KB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다.

소수점 거래의 장점은 우선 가격대가 높은 이른바 ‘황제주’를 잘게 나눠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에서 대표적인 황제주는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 전문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으로, 주당 가격이 6억원이 넘는다. 일반 개미 입장에서 이런 주식을 무조건 ‘1주 단위’로 사야 한다면 투자가 가능한 사람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미국 주식은 지난 2019년부터 국내에서 소수점 거래가 가능했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14일 종가가 90만1000원이다. 주요 종목 중엔 삼성SDI(75만9000원)나 LG에너지솔루션(60만4000원) 등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억대의 주식은 없지만, 소액이라도 매주 또는 매월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사회 초년생 투자자 입장에선 1주도 쉽게 사기 힘들 만큼 비싼 편이다.

소수점 거래 도입으로 이런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한 달여간 소수점 거래를 한 KB증권 고객들이 삼성전자에 이어 둘째로 많이 매수(1억7200만원)한 종목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위(5300만원)였다.

◇매달 일정액 투자 가능, ‘계획 투자’ 원하는 2030 몰려

자산을 불려나가야 하는 입장인 2030 투자자들은 주식 소수점 거래를 통해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매달 말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어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5만원어치 산다’는 식으로 주가와 관계없이 각 주식을 일정 금액만큼 나눠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KB증권의 소수점 매매 서비스 신청자 중 이런 방식의 ‘정기 구매’ 서비스를 신청한 계좌 수가 1만5000좌로 전체 소수점 거래 신청 계좌 수의 28%가 넘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소수점 매매는 우량주에 장기적이고 계획적으로 투자하려고 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라며 “현재 6만여 명인 주식 소수점 거래 가입자 수가 곧 10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