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요즘 채권과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다. 지난 11월 2일 미국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①/③ 편에서 계속

유창범 KB국민은행 자산운용1본부장과의 대화는 초점을 더 좁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개별 사항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먼저 금리 인상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의 격차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대폭 올리면서 금리 수준이 한국보다 1%포인트 높다. 이러한 금리 차이 때문에 한국이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으면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금이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 차이가 외부에서 걱정하는 정도는 아니다. 국채 시장만 놓고 보면 올해 상당히 많은 유입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은 고금리를 쫒아 전세계 각국으로 이동한다. 세계 외환-채권 거래의 중심지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의 시티 지역./G J 마쉬(위키피디아, 2020년 10월 26일)

—자금 유출을 걱정하는데 유입됐다니 뜻밖이다. 이유는?

“금리 차이가 나는 이유를 봐야 한다. 예전에 브라질 같은 나라는 10년 만기 국채를 사면 연 10%씩 이자를 줬다. 지금은 더 많은 이자를 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자금을 모두 브라질 채권 매입에 투입하지는 않는다. 금리가 높으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도 높다. 이 둘의 차이인 실질금리가 더 중요하다.”

물가 감안한 실질금리가 중요

—한국의 실질 금리가 더 높나?

“현재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대략 8%, 기준금리가 4%이다. 그러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4%이다. 반면 한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7%, 기준금리가 3%이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2.7%이다. 실질금리 수준은 한국이 더 높은 셈이다.

내 이야기는 단순한 명목 금리가 자본의 유출입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실질금리가 자금의 국가간 이동과 환율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채권의 투자가치를 따질 때에는 단순한 명목금리 수준보다는 물가상승률에서 명목금리를 뺀 실질금리가 더 중요하다고 채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1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수입 식품 판매대./연합뉴스

유 본부장이 생수병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다만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과연 5.7%가 맞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에너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덜 오른 영향이 크다. 이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적자를 보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회사가 적자를 보지 않고 원가 상승분만큼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올렸으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몇 %가 됐을까? 2%포인트 정도는 더 올랐을 것이다. 한국의 물가 상황이 양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차이가 보여주는 만큼 미국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한전의 잘못이 크다고 봐야 하나?

“한전은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써야 하는 부분을 한전이 한전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해왔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한전채가 시중에 나왔다.

더구나 한전은 상장된 공기업 아닌가? 예전에 국민들에게 국민주로 분배한 적도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전 주식에 투자했다. 국내외 주주들이 손실을 보면서 한국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상장된 기업의 경영방식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국채 매수하겠다”

다시 해외자금 유입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올들어 한국 채권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얼마나 되나?

“40조~50조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돈이 아니었으면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국채 금리가 더 올랐을 테니까.

한국 국채에 대해서는 최근에도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더 있다. 한국이 내년에 세계국채지수(WGBI)에 가입하는 것이 목표인데, 여기에 가입하면 해외 채권투자자금이 한국물을 일정 비율로 편입하기 때문에 한국에 해외자금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한국이 세계 채권투자자들의 투자 지표가 되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가입하면 해외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올 전망이다. 사진은 WGBI 홈페이지.

—WGBI가 뭔가?

“세계의 많은 채권 트레이더들이 투자할 때 참고로 삼는 채권 투자 지수이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이 지수에 포함된 나라들에 전체 채권 투자자금을 배분한다. 한국이 10여년 전에 가입을 추진하다가, 당시에는 외환의 초과공급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적극 추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WGBI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때 이자소득세를 미리 떼고 나머지 금액을 이자로 주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가입의 전제조건이다.”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나?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국의 세율이 우리나라 원천징수 세율보다 낮아 본국에서 세금을 내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 또 본국에서는 적자가 나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데, 한국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면 불필요한 세금을 낼 뿐 아니라 높은 세율로 내면서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불리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것이 해외의 투자자들에게는 큰 유인이 될 수 있다.”

자금 유입 늘릴 WGBI 가입

—10년전 추진하다가 중단됐던 WGBI 가입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수요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던데다, 최근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자금 유입이 필요해지자 2~3개월 전부터 주식 부문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함께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이 국채를 살 해외 투자자들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모습./뉴스1

—우리가 원한다고 WGBI에 가입할 수 있나?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도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국채시장에서 만기 30년짜리 채권을 무난히 발행할 수 있고 그 채권에 기반한 파생상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시장은 많지 않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정도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신용등급이 낮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무난히 포함될 것으로 본다.”

한은 총재의 발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포인트 정도 나더라도 자본의 해외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채권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가?

“실제로 2005~2008년에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그만큼 낮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따질 때 그런 기준보다는 경상수지를 중요하게 본다. 어떤 나라가 자기 능력보다 더 많은 소비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경상수지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꾸준히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와 투자를 덜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고, 우리 금리가 그만큼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안정된 경제에서는 자본 유출 현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 간에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나면 한국 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해외로 유출될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조선일보 DB

유 본부장이 말을 이어 갔다.

“이론적으로 볼 때 국내 금리가 낮다면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의 자본 유출에는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 비중이 컸다. 한국인들은 왜 금리가 0%로 한국보다 낮은 미국에 투자를 했을까? 구글, 아마존,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을 봤기 때문이다. 또 미국 등 해외에 공장을 짓기 위해 달러를 들고 나갔다.

그러니 자본 유출 문제를 이야기 할 때 금리만 이야기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기업의 혁신과 성장, 비즈니스 환경, 지정학적인 요인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나라는 해외에 널려 있다. 그러면 그런 나라들은 모두 자금 유출을 걱정해야 하나? 일본은 20~30년 동안 제로(0)금리였다. 일본에서도 자금의 해외 유출이 일어났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저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의 충격

—그런데 왜 이창용 총재는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의 해외 유출을 걱정한다고 보나?

“단기간에 금리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 자금 시장에서 문제가 되기도 된다. 더구나 무역수지가 갑작스레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최근 무역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국내에 있는 해외 투자자 자본이 유출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단기간에 금리차가 너무 급격히 벌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조정하기는 해야 할텐데, 한국이 견딜 수 있는 금리 차이는 몇 % 포인트 정도라고 보나?

“일반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이 내년에 물가가 빨리 안정되는 반면, 미국의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차가 어느 정도 나도 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비슷하다면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많이 낮아질 경우 한국 자금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결국 자본 유출 여부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향후 한·미 금리는?

—향후 미국 금리 전망은?

“KB국민은행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현재 4.0%에서 내년초 5%까지 올린 뒤에 멈출 것이라고 본다.”

—한국 금리 전망은?

“현재 3.0%인 기준금리를 내년 초에 3.75%까지 올린 뒤에 멈출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전망에 따르면 내년 초에는 금리차가 1.25%포인트 난다. 자금 유출입은 어떻게 될 것 같나?

“현재 1%포인트 차이인데, 지난 2~3주 동안 해외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한국인들이 더 이상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금 유출입만 놓고 보면 지난 한달간은 매우 안정적이다. 그래서 고공행진을 하던 원·달러 환율도 조금 내려갔다. 금리차가 약간 커지더라도 이러한 경향이 갑작스레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들어오는 달러, 나가는 달러

이 대목에서 유 본부장이 자금 유입과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적으로 설명했다.

“금융시장의 자본 유출입을 살필 때 자본 유입과 유출 요인을 나눠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 유입 측면에서는 먼저 경상수지가 중요하다. 만약 경상수지가 500억달러 흑자가 나는 상황이라면 300억달러 정도의 자본이 유출되더라도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올해에 300억달러, 내년에도 300억 달러 정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하니 자본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한국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채권 쪽에서 WGBI 가입에 성공하면 50조원 정도의 순유입이 있을 것 같다.”

—자본 유출 측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나가는 것은 줄어들 것이다. 반면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는 꾸준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이나 주식을 팔고 빠져 나가는 것도 적을 것이다. 이미 하도 팔아서 더 팔 수 있는 주식이 별로 없다.

이 모든 요인을 종합하면 자본 유출에 대해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 몇 년간의 자본 유출은 내국인, 특히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에 의한 것이었다. 투자자들이 미국에 모든 자금을 넣지는 않는다. 분산투자 대상으로 한국은 신용도 좋고 금리 수준도 괜찮다. 그러니 국내외 투자자들이 수익과 위험을 잘 비교해 적절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본다.”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있는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로이터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율이 이미 고점을 지난 것이 아닌가 싶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

금융시장의 첫번째 현안인 국내외 금리차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물어봤다. 두번째 이슈인 강원도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사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의 회생 신청을 발표하면서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레고랜드 채권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우려에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레고랜드 사태가 어느 정도 원인이 됐나?

“레고랜드 문제가 시장의 문제를 더 빨리 드러나게 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지난번 금융시장 경색을 레고랜드 때문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회사채 시장은 그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늘어나고 있는 채권 공급과 높아진 레버리지(차입)로 점점 안좋아지고 있었다. 다들 내놓고 이야기만 안하던 상황이었다.”

—발표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나?

“발표가 난 시점에 펀드 환매가 시작됐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회사채를 팔아보니 수요가 충분치 않아 채권 가격이 확 떨어졌다. 그래서 시장의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만약 채권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레고랜드 문제의 파장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도 레고랜드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발언해 금융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킨 김진태 강원도지사. 지난 10월 27일 오후 귀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에 환매하던 관행을 깨고 금리를 높여주는 대신 환매시기를 늦추려하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레고랜드 건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흥국생명은 자금시장 경색의 원인이 아니라, 자금시장이 전반적으로 그만큼 경색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흥국생명이 환매 시기를 늦추려 한 것이 자금시장의 경색을 불러온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

금융시장의 세번째 현안인 저축은행의 고금리 특판(특별판매) 예금 마케팅으로 화제를 바꿨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금리가 올라가자 금융시장이 어려운 와중에도 7~8%의 고금리를 주는 특별판매 예금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예금으로 받은 자금을 더 금리가 높은 채권 매입이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에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고 금융시장이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고수익 자금 운용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판 예금 판매가 부실 채권 인수 같은 무리한 자금 운용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시중의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 추세에 맞춰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예금을 고수익 채권 등에 운용해 이익을 내야 하는 책임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사진은 OK저축은행의 한 영업점 모습./OK저축은행

—저축은행이 고금리 특판 예금을 경쟁적으로 팔고 있다.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을 텐데 무리하게 예금을 끌어들이다가 나중에 부실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닐까?

“저축은행의 금리가 은행의 예금 금리와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느냐가 중요하다. 저축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대략 6.5% 수준이고, 시중은행은 4.8% 정도여서 대략 2%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이 정도라면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수준이 과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상의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이 간혹 있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 같다.”

—높은 금리에 조달했으니 높은 금리에 운용해야 하지 않나?

“부동산 PF에 운용할 때에도 선순위와 후순위가 있는데,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심사해서 투자할 것이다. 저축은행이 부실화되면 큰 문제이다. 그래서 금융당국도 면밀히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자금시장. 언제 안정될까?

—채권시장은 언제쯤 안정될까?

“채권시장의 기능은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적당한 가격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것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일까?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책금리가 올라가고 통화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 바람에 채권 발행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가산금리) 격차가 커지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있는 한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다. 또 기업이나 가계가 과도한 차입을 하면 긴축을 해서 자금을 줄인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제압되고 기업이나 가계가 과도한 차입을 하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채권시장도 안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나?

“매우 어려운 전제 조건이다. 대부분의 시장 사람들처럼 나도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급격히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물가가 안정되고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춰야 금융시장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국을 따라 금리 인상 행진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10월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신화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플레이션에 맞서 이렇게 급격히 금리를 올리는 것이 과연 맞는 정책인가?

“이런 걱정은 하고 있다. 지난 20~30년간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보다 낮았다. 그러니 중앙은행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적정금리보다 좀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그래서 금리의 인상보다는 금리 인하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4배 정도 넘어섰다. 중앙은행은 적정금리보다 높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질 것이고, 금리 인하 요인 보다는 금리 인상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미래를 판단한다. 만약 향후 인플레이션의 전개 형태가 과거의 경험과 다르면 중앙은행이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 미래의 금리 인상 요인에 대해 취하는 정책 대응이 계속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일견 무리스러워 보일 수 있는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인상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1980년대에 미국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자 금리를 대폭 끌어올려 물가를 잡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미국 연준

—무슨 뜻인가?

“상황이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전개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대응도 과거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라갈 때 우리 팀원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기준금리가 연 2%일 때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2.5%라고 하면 스프레드(금리차이)가 0.5%포인트이다. 지난 10년간 혹은 20년간 데이터를 봤을 때 스프레드가 이 정도 벌어지면 채권에 투자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국채를 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스프레드가 줄어들면 국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기준 금리가 훨씬 더 오르고, 스프레드도 더 벌어지지 않았나?

이런 점 때문에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상은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즉 지난 30년간의 저물가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는 점을 투자 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이번에 예측하는 미래는 과거의 경험과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에 묶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애쓰고 있다. ‘지난 10년 간은 어땠다’는 식의 생각은 안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번에는 추세가 전혀 다른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대전환

한국 채권시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상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물어봤다. 시각을 글로벌 경제로 넓혀보기로 했다.

—채권 트레이더 입장에서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3가지 꼽는다면?

“첫째, 전세계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이다. 향후 방향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효율성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해야 하고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 바람에 비용이 올라간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비용을 증가시킨다. 지난 몇십년 동안 인류는 비용을 감소시키고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데, 이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섰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잘 관리되어 왔던 안정된 물가를 앞으로 당분간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이다. 전세계가 세계화로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지역화되면서 나뉘고 있다. 그 여파로 예전에는 가장 효율적인 것을 찾은 반면, 지금은 효율성을 훼손해도 보다 안전한 것을 찾고 있다. 이것도 큰 변화다.

셋째, 각 국가 내의 정치적 양극화이다. 극우나 극좌 이념을 가진 세력이 정권을 잡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진 결과이다. 세계 경제에 매우 위협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극우나 극좌 이념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이 집권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안정에 위협이 되는 요인이다. 극우파로 분류되는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가 지난 11월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외국인 고객들과 자주 접촉하나?

“외국인 고객들이 많지는 않지만 접촉할 기회는 많다. 채권과 파생상품을 세계 각국의 헤지펀드나 아시아 지역의 중앙은행, 국부펀드와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접촉하다보면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외국인 고객들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특별히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세계 경제가 다 나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원톱(one top)이고, 유럽은 힘든 상황이다. 유럽은 에너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1~2년 전보다 몇배가 됐다. 전세계 경제에 불황이 찾아오면 유럽에 먼저 올 것이다.”

—한국경제의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이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경제가 미국 블록과 중국 블록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 때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해외 투자자, 북한 도발에 관심 없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외국인 고객들이 이 이야기를 많이 묻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문제에 해결책을 찾기는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북한 문제 때문에 그들이 투자 결정을 바꾸는 경우도 보지 못했다.

타이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타이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것이 외국인들의 타이완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쏘며 도발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 때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북한 노동신문

유 본부장은 이 답변을 한 뒤 개인적으로 북한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유를 물으니 “두 아들이 모두 군에 가 있다”며 웃었다. 대화는 국내 자금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문답을 마치고, 개인들의 채권 재테크 방법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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