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할 때에는 국채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미국 재무부가 1979년에 발행한 1만달러짜리 국채/허버스트만 미국 금융 기념관(위키피디아)

☞ ②/③ 편에서 계속

한국 채권시장 동향과 글로벌 경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질문이 모두 끝났다. 은행 금리만 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채권 전문가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인터뷰를 따라온 독자라면 채권 투자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심 독자를 위해 금리 상승기의 채권 재테크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유창범 KB국민은행 자산운용1본부장과의 문답이 이어졌다.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 시기에 개인들이 재테크 차원에서 채권 투자를 하는 것은 적절한가?

“개인 차원에서의 채권 투자는 적합하다고 본다. 가능하면 우리 KB금융그룹을 이용하면 더 좋을 것이다.”(웃음)

많이 싸진 채권 가격

—주식, 채권, 현금 등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채권도 금리가 지금 수준이면 채권가격 변화에 따른 자본 차익의 기회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 채권을 액면금리 5%에 샀을 경우 그 채권의 시중 금리(유통수익률)가 4%로 떨어지기만 해도 채권 가격이 3.5% 상승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가 그 채권을 사서 1년을 보유하면 5% 이자를 받을 뿐 아니라 자본 차익 3.5%까지 보니 연간 수익률이 8.5%나 된다. 만기가 긴 장기채권 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커진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0월 1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5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하면서 축사를 하는 모습./조선일보 DB

유 본부장이 이 대목에서 채권 가격 계산의 핵심 개념인 듀레이션(duration, 투자원금의 평균 회수기간)에 대해 설명했다.

“채권 투자를 할 때에는 만기 뿐 아니라 듀레이션 기간이 중요하다. 듀레이션 개념으로 투자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채권 금리 변화에 따라 채권 가격이 얼마나 변동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30년 만기 채권을 사면 매년 일정한 금액을 이자로 지급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 30년간 들어오는 총 현금수입을 매년 적립해 가다 보면 처음에 채권을 샀을 때 지불했던 금액을 모두 회수하는 연도가 있다. 매입 시기부터 그 연도까지의 기간을 듀레이션이라고 한다. 현금 흐름의 무게 중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30년 만기 채권의 경우 대체로 듀레이션이 16~17년으로, 이 때쯤 되면 투자 원금이 회수된다. 만약 그 채권의 시중 금리가 1%포인트 변화하면 채권 가격은 16~17% 변한다.”

—듀레이션이 10년일 경우 채권 가격은 어떻게 바뀌나?

“예를 들어 중간에 이자를 하나도 안주고 10년 만기 후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상환하는 채권이 있다면 그 채권의 듀레이션은 10년이다. 그러니 이 채권의 시중 금리가 1% 포인트만 하락해도 그 채권 가격은 10% 상승한다. 이 손익에 매년 지급 받는 이자를 더하면 총손익(total return)이 나온다. ”

금리 7%의 위력

—현재 예금 상품 중에 금리가 연 7% 정도 되는 것도 있다. 금리 7%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대단한 금리이다. 7%는 복리로 계산하면 10년에 2배가 된다. 10%는 7년에 2배가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것 같지만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도 10년 단위로 보면 연 7~8% 상승에 불과하다.

그래서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오르면 사람들이 채권을 사기 때문에 다른 자산가격이 상승하지 못한다. 미국 연준이 1981년 6월에 기준금리를 19%로 올렸을 때 30년 만기 채권을 샀다고 생각해보라. 매년 이자도 연 15%씩 줬으니 얼마나 싼 가격에 샀겠나?”

고금리 시대에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보다는 채권을 사는 것이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뉴스1

—주로 어떤 채권에 투자해야 하나?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채권도 있고, 부도 위험이 있는 고위험 고수익 채권도 있다. 개인들에게 채권을 파는 일은 중권사에서 하는데, 증권사에서 어느 정도 신용도가 있는 채권을 판다고 생각한다.”

—해외 채권 투자도 권할만 한가?

“투자할 만한다. 모든 투자는 원칙이 같다. 기초자산에 비해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회사채는 그 회사의 기초체력에 비해 신용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높은 경우에 사는 것이 좋다.”

금리 정점일 때를 노려라

—언제 사는 것이 좋은가?

“2020년과 2021년을 되돌아보면 코로나 사태로 채권 금리가 많이 떨어졌을 때 채권 가격이 비쌌다. 그 때 주식과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수익률은 엄청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을 사면 재미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작년에 물가상승률이 2.5%였는데 국채 금리가 1%대였다. 이런 때는 사면 안된다.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3~5년 만기 국채 금리가 4.2%~4.3%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5.7%라고 하면 지금은 채권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다른 자산들이 모두 죽을 쑤고 있으니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하락할 때 반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져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채권을 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어 있다./연합뉴스

—내년에는 어떤가?

“한국은행이 예상한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3% 중반이다. 내년에도 국채 금리가 올해 수준이라면 물가상승율보다 높다. 그렇다면 채권 투자를 할만하다. 부도 위험이 전혀 없는 국채를 들고 있어도 물가상승률을 이기는 이익을 낼 수 있다.”

인플레이션 방어 채권

유 본부장이 물을 한모금 마시더니 인플레이션 방어 채권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채권의 적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채권, 즉 물가채라는 것이 있다. 채권 이자는 주고, 물가상승률만큼 원금이 늘어나는 상품이다.

물가채의 액면 금리가 2%이면 매년 2% 금리를 받는다. 게다가 올해 물가가 5% 오르면 원금이 예컨대 100만원에서 105만원으로 5% 오른다. 그러면 투자자는 연간 7%를 번 셈이 된다.”

물가상승률이 높을 때에는 물가상승분만큼 채권의 원금을 높여주는 물가채를 사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 중의 하나이다. 블룸버그 화면의 아래쪽에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물가채의 가격 동향이 나와 있다./블룸버그

—물가가 하락하면 어떻게 되나?

“물가채의 적은 디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줄면 원금이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물가채는 물가가 채권 발행할 때의 소비자물가 지수보다 하락해도 원금은 보장한다. 개인들도 증권사에 가면 물가채를 살 수 있으니 이것도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채권을 직접 사는 법

—어떤 방식으로 사야 하나? 채권을 직접 매입해야 하나? 아니면 채권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는 것이 좋나?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 다만 채권의 거래 단위는 10억원이므로 개인들이 소액 거래를 하기는 어렵다.

소액 거래가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10억원짜리 채권을 1000만원 어치만 소액으로 떼어 팔면 나머지 9억9000만원 어치는 10억원 단위로 거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10억원짜리를 소액으로 분할해 팔 때에는 시장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받으므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할 수 있다.”

개인들이 채권에 투자할 때는 증권사를 통해 해야 한다. 한 증권사가 채권과 주식이 혼합된 금융상품을 팔고 있다./조선일보 DB

—다른 방법은?

“정부에서 국채를 발행하면서 개인도 국채 입찰에 참여해 10만원어치든 100만원어치든 살 수 있게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은 시장가격에 살 수 있다. 더구나 장기보유하면 이자소득세를 분리과세 하므로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채 투자만으로도 연간 5~7%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해외로 나간 개인 투자자들에게 국내 투자를 권한 적이 있다.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본다.”

채권 투자에서 잃지 않으려면

시계가 오후 4시 27분을 넘어간다. 당초 약속한 4시 30분이 다 됐다. 유 본부장은 3시간에 걸친 인터뷰 동안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채권시장 동향을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이야기했다. 금융시장의 민감한 이슈도 인과 관계와 우선 순위를 명확히 분석했고, 복잡한 채권시장의 거래 구조도 쉽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거시경제의 흐름,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변수를 많이 동원해 채권시장의 흐름을 분석해냈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정책 당국자의 거시적 안목과 채권 트레이더의 예민한 현장 감각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다. 독자들을 위해 준비한 질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유 본부장이 다음 일정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은 채권 트레이더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벼운 질문으로 골랐다.

2010년대 초반까지 약 300조원대의 채권펀드를 운용하며 세계 금융계에서 채권왕으로 불렸던 전설적인 미국의 채권 투자자 빌 그로스./블룸버그

—주로 거래하는 채권 종류는?

“국채, 공사채, 은행채, 우량 회사채 등 대부분의 채권을 거래한다.”

—채권 거래하기 위해 주로 보는 데이터는?

“증권거래소 장내 시장과 장외 시장의 거래 정보를 모두 본다. 국채가 아닌 것들은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해외 정보가 필요할 경우에는 블룸버그 자료를 보기도 한다.”

많은 채권들이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기도 하지만 거래소 밖에서 장외 거래로 매매되는 채권도 많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주완중 기자

—채권을 사고 팔 때 헤지(위험 회피)는 어떻게 하나?

“금리 파생 상품을 통해서 한다. 주식을 투자할 때 주식 선물이나 주식 옵션을 통해 헤지 하듯이 이자율 거래도 이자율 선물과 이자율 옵션을 동시에 거래하면서 헤지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시간이 없으면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는 다른 상품을 사거나 파는 방식으로 헤지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식을 헤지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결단보다는 신중하게

—팀원 관리 외에, 매일 매일 직접 채권을 사고 팔며 자기 거래 실적도 기록하고 관리하나?

“매일 시장 상황을 체크하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지만 직접 사고 팔지는 않는다. 회사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른데, KB국민은행에서는 본부장이 직접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트레이더 관리 업무에 보다 치중하라는 의미인 듯 하다.”

트레이더들은 거래 결과를 장부에 기록하며 자기 실적을 관리한다(book-run). 사진은 한국 국채를 매매하는 한 시중은행 트레이딩 룸./블룸버그

—채권 트레이딩을 할 때 가장 긴장하거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유 본부장은 이 질문을 받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천정을 보면서 한참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 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에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이나 주식 선물, 주식 옵션 거래처럼 어느 순간에 갑자기 결단을 내려 사고 파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매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많은 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신중하게 판단을 한다.”

오후 4시 41분.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직원 4명이 결재 서류철을 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여비서의 안내를 받아 철통 보안문들을 뚫고 1층으로 내려왔다.

유창범 KB국민은행 자산운용1본부장이 지난 11월 8일 인터뷰를 갖고 자금시장 경색 현상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 ①/③ 편으로 되돌아가기

☞ ②/③ 편 보기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유창범 채권’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