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17%, 코스닥 지수가 28% 빠지는 등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올해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공매도 금액이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 기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주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금지됐던 공매도가 작년 5월 재개됐지만, 증시가 이후에도 계속 약세를 보인 것이 공매도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공매도 금액은 128조6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였던 지난 2018년의 연간 공매도액(128조67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번 달 하루 평균 약 5500억원의 공매도가 일어나고 있는 추세를 적용하면, 올 연말까지 공매도 총액은14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주가 내리면 내려서, 오르면 올라서’ 느는 공매도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볼 경우 공매도 금액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올해 공매도 금액도 대체로 주가가 폭락한 시기에 증가했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한 달 동안 10% 이상 급락한 지난 1월에는 하루 평균 공매도 금액이 749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미국이 올해 첫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여파로 코스피가 13% 폭락한 지난 6월에도 공매도 평균 금액이 6156억원으로 연평균(5984억원)보다 많았다. 종전까지 연간 최대 공매도 금액을 기록한 2018년도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17% 폭락했다.

그러나 공매도가 늘어났다고 항상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6% 넘게 반등한 지난달에는 공매도 평균 금액이 6647억원을 기록, 올해 11개월 중 둘째로 많았다. 특히 지난달엔 코스피·코스닥 전체 거래 대금 대비 공매도 금액이 5.1%였는데,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이 오래가지 못하고, 미 연준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여파로 곧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가가 내리면 내려서, 오르면 올라서’ 공매도 심리는 자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들어 공매도 일일 평균 금액은 5572억원으로 다소 줄어든 상태다.

◇공매도 2위 LG엔솔은 오히려 주가 올라

올해 공매도 금액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로 올초부터 17일까지 5조929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8600원에서 6만1400원으로 22%가량 떨어졌다. 반면 공매도 금액 2위(4조4800억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오히려 주가가 18%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형주는 거래대금이 커서 공매도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공매도와 하락폭의 상관관계가 약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율이 가장 높은 넷마블(20.2%)은 주가 하락폭이 58%에 달하는 등 주로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현재 공매도 자체는 합법이지만, 현행법에 어긋나는 방식의 공매도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엄정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월 일부 종목에 대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는 이유로 국내외 증권사 3곳에 각각 수천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내에서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주식을 빌려야(차입) 하고, 빌리지 않은 채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